▲ 한국인 최초로 스모 1부리그에 올랐던 김성택. 스모협회의 한 간부는 그가 몇 년 안에 요코즈나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 ||
이번에 방한한 스모선수들은 서울과 부산에서 미니 스모대회를 통해 스모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거구의 스모선수들이 중요부분만을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모래판 위에서 기량을 뽐내자 낯선 이국의 스포츠에 관중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서울 부산서 미니 스모대회]
이번에 방한한 선수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물론 한국인 스모선수로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성택(27·일본명 가스가오 가쯔마사). 김성택은 고국 팬들의 뜨거운 환대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밖에 한국을 처음 찾은 일본 선수들도 이웃나라에 스모를 알린다는 데 자부심을 나타냈다.
일본에서 최고의 인기라는 스모선수들의 수입은 과연 얼마나 될까? 스모선수들은 연봉과 입단계약금이 없다. 지난 1994년부터 스모선수로 활약해온 이세노우미 스모단의 도사노우미 도시오(32)는 “상금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아주 많지는 않지만 생활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며 “최고 수준의 선수가 1년에 50억원 정도를 번다”고 밝혔다. 김성택도 “지난해에야 연간 총수입이 1억원 정도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후원회사들이 내놓고 있다. 이밖에 일정 수준의 봉급도 지급되는데 처음에는 월 50만원 정도가 전부라고.
평균 몸무게가 200kg이 넘고, 많을 경우 무려 300kg에 가까운 스모 선수들의 먹성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이 먹는 주식은 ‘창코나베’. 이번 방한 기간 중에도 스모선수들은 토막 낸 닭고기에 무 당근 양배추 등 각종 야채를 함께 넣어 끓인 창코나베를 먹는 모습을 선보였다.
[주먹밥 라면으로 '입가심']
김성택은 “창코나베는 특정 음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모선수들이 먹는 음식을 통칭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스모선수들이 먹는 주식은 고기 또는 생선토막과 야채가 들어간 잡탕찌개류로 기름진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상상과는 반대로 스모선수들이 오히려 하루에 3끼를 챙겨먹지 못한다는 비밀(?)도 살짝 털어놨다.
김성택은 “하루에 6끼씩 먹는다는 등 추측이 무성한데 사실은 공식적인 식사는 늦은 아침과 저녁에 먹는 2끼가 전부”라며 “물론 식사 이외에 주먹밥이나 라면 등으로 입가심(?)을 한다”고 말했다. “먹는 양은 일반인들의 5배 정도라고 보면 되고, 기름진 음식을 양껏 먹고, 식사 후에 수면 등 휴식을 취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택도 이 같은 스모식 식습관으로 일본 진출 후 몸무게가 30kg 정도 늘었다.
[해병대보다 센 '얼차려']
스모선수들은 결혼 전에는 대부분 스모단에서 합숙생활을 한다. 이를 통해 선수들은 스모의 기술은 물론 예절과 전통에 대한 교육을 받게 되는데 철저한 위계질서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계급’이 낮은 후임 선수는 계급이 높은 선임 선수의 각종 수발을 들어야 한다.
이번에 방한한 한 스모선수는 “많이 두들겨 맞는다”고 귀띔했다. 일본의 다른 스포츠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이지만 소위 ‘얼차려’가 스모선수들 사회에서는 공식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모선수들은 “선배들의 목욕 뒤치다꺼리부터 설거지까지 궂은 일은 모두 막내 차지”라고 입을 모았다.
['미와시'속엔 알몸]
스모선수들의 하루 일과는 새벽 5시부터 시작된다. 가장 먼저 신참 선수들부터 훈련에 들어가 차례차례 서열순으로 훈련을 한다. 때문에 고참 선수들은 늦잠을 즐긴다. 훈련을 마치는 시각은 대략 오전 11시쯤. 이때가 돼서야 선수들은 직접 만든 창코나베로 늦은 식사를 한다. 식사 후에는 2시간 정도의 휴식시간이 있다. 대부분 낮잠을 즐긴다. 그후 오후에 다시 훈련을 한 뒤, 훈련장 청소와 식사를 하면 하루 일과가 끝나는 단조로운 생활이다.
스모선수들은 중요부분만 간신히 가리는 ‘마와시’를 입고 경기에 임한다. 마와시는 천으로 길이가 약 10m에 이른다. 사타구니를 가린 뒤 허리주위를 3∼4바퀴 감게 된다. 마와시 속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경기 도중 마와시가 풀리게 되면 실격패를 당하게 된다고 한다.
비록 문화교류 차원이긴 하지만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일본 스모. 만약 우리 전통씨름 선수와 스모선수가 한판 대결을 벌인다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한 체육인은 “두 나라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될 수도 있고, 또 룰도 서로 달라 아마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