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 뭐했냐고요? ‘남자’들과 어울려 재미없게 보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뜻 깊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었지만 현재 애인이 없는 관계로(이 멘트는 진짜입니다. 나중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친구들과 어울릴 수밖에 없었어요.
요즘엔 친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사람 소개시켜 달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반응이 ‘있는데 없는 척한다’는 그런 표정들입니다. 정말 없는데 말이죠.
여자친구의 존재는 어느 순간부터 저의 ‘희망사항’이 됐습니다. 물론 그동안 이런저런 인연으로 알게 되거나 만난 사람도 있어요. 그런 관계가 지금까지 지속되지 못한 이유는 아마도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는 저만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운동 선수 자체가 개인적인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데다 남들처럼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1년 열두 달 중 10개월 반 정도를 외국에서 지내다보니 정이 붙으려고 하다가도 안보는 사이에 관계가 소원해지는 아픔을 반복하게 되는 거죠. 요즘엔 결혼한 선배님들을 보면 존경을 넘어 감동 직전에까지 이릅니다.
어느 선배가 저한테 ‘사랑하는 여자와의 결혼을 부모님이 반대할 경우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보더군요. 솔직히 아직 생각 안해봤어요.
하지만 그런 상황에 부닥칠 경우 매우 심각하고 힘든 일이 될 것 같다는 짐작은 할 수 있죠. 대부분의 어른들은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할 경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만약 부모님 외에 주위의 가까운 분들까지 반대하는 결혼이라면 한 발 물러서서 생각을 정리해 볼 겁니다. 그런데 웃기네요. 여자도 없으면서 별의별 상상을 다하고 있는 제가.
연말이라 그런지 유난히 이런 부분들이 제 가슴에 와 닿습니다.
2004년 새해가 앞으로 딱 5일 남았어요. 정말 태어나서 이렇게 각오를 새롭게 한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2003년의 모든 아픔을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 해를 ‘아름답게’ 장식하고 싶어요. 지금보다 더한 부진은 없을 것이라고 믿어요.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없을 것이고요.
사랑하는 부모님, 한 해 동안 저 때문에 무던히 속을 끓이셨는데 새해에는 그 보답 꼭 해드릴게요. 여러분도 새해 건강하시고 부∼자 되시고요, 그리고 축구 많이 사랑해 주세요!
12월26일 한국의 수원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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