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동년배는 아니지만, ‘충암사단’―요즘 충암 출신 젊은 기사들이 한국 바둑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숫자로나 실력으로나 위세로나 ‘충암사단’ 정도로는 부족하고, 조금 으스스하게 ‘충암마피아’ 정도로는 불러야 실감이 날 것 같다―중추적 인물들인데, 동문들 중에서도 특히 사이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 9단은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바둑 스타. 최 9단은, 명성에서는 유 9단만 못하지만, 바둑 명문가의 후예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 최규병 9단 유창혁 9단 | ||
최 9단은 1963년생, 유 9단은 1966년생으로 나이는 세 살 차이. 그러나 입단에서는 차이가 많이 난다. 최 9단은 1975년, 유 9단은 1984년으로 최 9단이 9년이나 선배다. 최 9단은 열두 살 때 입단한 것이니, 천재 소리를 듣던 초등학교 6학년생이었다. 조기(早期) 입단으로는 아직도 손으로 꼽을 만한 기록이다.
최 9단은 12세에 입단했는데 조훈현 이창호 조혜연에 이어 공동 4위지만 생년월일에 밀려 6위에 랭크되어 있다. 그러나 입단기록에서 몇 월 몇 일까지를 따져 비교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으니 공동 4위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입단을 일찍 한 것에 비해 성적을 크게 내지 못했던 것은 대학진학 때문이었다. 유 9단도 이미 초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바둑 천재로 이름을 날리며 유력한 입단후보로 지목받곤 했는데, 정작 입단에 성공한 것은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요즘 기준으로 보자면 매우 늦은 셈이다. 그러나 낭중지추, 입단 직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곧장 세계 정상으로 올라갔다.
간판은 최규병 9단 바둑연구실로 되어 있다. 두 사람 이름이 같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유 9단은 자기 이름을 어디다 내걸고 하는 것을 워낙에 싫어하는 까닭”이었다.
간판을 내건 것은 1년 전이고 유 9단과 같이 제자 양성을 시작한 것은 이제 불과 두 달이지만, 두 사람이 사무실을 마련해 바둑 연구도 하고 제자도 가르치고 하는 것에 의기투합한 것은 오래 전 일이었다. 1990년대 초, 최 9단이 종로구 인사동에 사무실을 열 때부터였으니 벌써 10년도 넘은 것.
최 9단에게는 입단을 해서 활동하는 제자도 있다. ‘어린왕자’ 박영훈 4단이다. 박 4단은 어릴 때부터 여러 사범으로부터 배워 딱히 누구의 제자라고 하기에는 좀 그런 면도 있지만, 입단 직전부터는 최 9단 밑에서 공부를 했으니, 최 9단의 제자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아닌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후진 양성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면서도 배출한 제자가 적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출발부터 소수정예주의였기 때문이다. 바둑도장이나 바둑교실이 아니었다. 현재도 두 사람의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꿈나무들은 10명이 채 안 된다. 앞으로도 15명까지가 최대일 것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스승과 소수의 제자들이 숙식을 함께 하며 공부하는 내제자 스타일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입학 조건이 꽤 까다롭다. 우선 나이와 실력. ‘저 나이에는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2∼3 개월 지난 후 대성의 가능성이 잘 안 보일 경우에는 학부모에게 진로를 수정할 것을 건의한다.
지난해 말 중학교는 바둑특기생으로 진학하는 길이 열리면서 연구실을 찾아오는 학부모와 아이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바둑을 배우고, 바둑으로 성공해 보겠다고 찾아온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너는, 선생님의 자제분은 자질이 부족한 듯하니 이쯤에서 바둑은 그냥 취미로 즐기게 하시고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노릇이다. 우리 아이가 왜 자질이 부족하냐고 화를 내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대기만성이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고 거꾸로 훈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적지 않은 수업료를 부담해야 하는 학부모와 아이들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내가 보기에 자질이 없다고 판단이 되면 말을 해서 진로를 바꾸도록 하는 것이 정수일 것이니까.
현재 전문기사가 운영하는 바둑교실, 바둑도장으로는 우이동의 허장회 9단 도장, 반포의 권갑룡 7단 도장, 그리고 그 동안 성남 분당에 오래 터를 잡고 있다가 인천으로 이사를 간 김원 6단 도장 등이 규모와 배출 기사 등에서 흔히 3대 도장으로 불리고 있다. 후발 주자인 성산동 장수영 9단 도장이 3대 도장을 추격하고 있으며, 민간 도장으로는 암사동 ‘강동명인’이 손꼽히고 있다.
유창혁·최규병의 바둑도장이 과연 어떤 형태의 바둑도장을 선보일 것인지, 앞날이 주목된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