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대해 ‘거품론’이 일고 있다. 사진은 장관 시절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
하지만 강금실 서울시장 카드는 그 성사 여부는 물론이고 후보의 경쟁력 면에서도 아직 검증 받지 못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나라당은 강 전 장관이 ‘까마귀 노는 곳’에 발을 담그는 순간 백로의 고매한 이미지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열린우리당이 학수고대하는 강금실 카드가 과연 지방선거에서 ‘강바람’을 일으킬지, 아니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진단했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은 여권의 강력한 차기 주자로 손색이 없다. 일부에서는 강 전 장관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부상에 대적할 여권의 차기 비밀 병기라는 해석도 할 정도로 그의 정치적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왜 그럴까.
먼저 강 전 장관은 ‘때묻은’ 정치권에서 가장 때묻지 않은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들이 현 정치인들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태에서 정치권과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그의 깨끗한 이미지가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건 신드롬과도 비슷한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하고 있는 것도 역설적으로 인기의 원인”이라고 말한다.
강 전 장관은 신선한 이미지에 ‘개혁 전사’라는 인상을 확실히 심어주기도 했다.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이사는 “장관 재임시 보여줬던 개혁적 이미지, 자기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이미지, 깨끗한 이미지 등이 긍정적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강 전 장관은 1년4개월 동안 장관으로 재임하면서 막강 검찰조직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소신대로 밀어붙이고 ‘고문 등 반인륜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특별법’을 추진하는 등 개혁적인 정책도 관철시켰다. 사람들은 강금실 특유의 ‘감미로우면서도 거침없는 리더십’에 신뢰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커리어 우먼이면서도 신비주의적인 스타일을 고수한 것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공식 석상에 보라색 숄을 걸치고 나오는 등 특유의 여성스런 패션 감각을 과감하게 드러낸 점도 그의 카리스마가 대중적 코드와 상승 작용을 한 것 같다”고 말한다.
강 전 장관의 이러한 많은 장점은 그가 차기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늘 1위를 차지하는 동인이었다. 올해 1월 말 실시된 SBS 여론조사에서 그는 지지도 35.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는 한나라당 후보로 거론되는 맹형규(11.1%) 홍준표(10.9%) 박진(2.5%) 의원과 권문용(3.5%) 강남구청장 등 4명의 지지도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높은 수치다.
그런데 2월 들어 고공행진하던 그의 지지율에 민감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내일신문>이 여론조사기관 ‘폴앤폴’에 의뢰해 지난 2월13일 발표한 서울시장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강 전 장관은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 33.2%를 기록해 홍 의원의 44.4%에 11.2%포인트나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전 ARS 여론조사기관 ‘더피플’ 조사에서 강 전 장관(34.2%)이 홍 의원(30.8%)을 앞질렀던 점을 감안하면 강 전 장관의 지지율에 변화가 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뉴시스>와 ‘더피플’이 지난 2월5, 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도 강 전 장관의 ‘뒷걸음질’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 조사결과를 보면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맹형규, 민주당 김경재, 민주노동당 김혜경 후보의 가상대결에서 맹형규 전 의원이 35.8%로 강금실 전 장관(29.4%)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열린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김경재, 민노당 김혜경 후보의 가상대결에서도 홍준표 의원이 34.3%의 지지로 강금실 전 장관(29.4%)보다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불과 한 달 새 강 전 장관의 인기에 균열 조짐이 보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나라당 전략기획가인 A의원은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택한 대표적 코드 인사다. 그가 정치권으로 들어오게 되면 지지도에서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는 노 대통령과 한 몸으로 보게 된다. ‘노금실’이라는 말 아닌가. 강 전 장관의 여러 장점들이 노 대통령의 부정적 이미지에 가려져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장성민 전 민주당 의원도 이에 대해 “최근 들어 여당에서 ‘삼고초려’해온 강 전 장관의 지지도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며 “핵심은 국민들 사이에 여당의 인기가 없기 때문이지, 강 전 장관의 인기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기 있는 강 전 장관이 인기 없는 여당에 가까이 다가가면서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강 전 장관의 지지율 변화가 강금실 모셔오기 후유증과 이에 따른 지나친 ‘몸값 올리기’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의 A의원은 “강 전 장관은 전당대회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정동영 김근태 두 후보의 과도한 영입 경쟁에 희생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당대회 주요 이슈가 ‘노심’도 아니고 ‘강심 잡기’에 매몰돼버려 여당이 더욱 곤혹스럽게 되었다. 바로 그 비판에서 강 전 장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여러 경로를 통해 그의 서울시장 후보 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계속 입장 표명을 유보하자 ‘몸값 올리기’라는 비난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무엇보다 강 전 장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은 그의 실질적 득표력이다. 그의 대중적 인기가 서울시장 선거의 본선에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경쟁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은 “강 장관의 지지층은 20~30대가 주축인데 이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게 약점이다. 정당지지도가 주요 변수가 되는 지방선거에서 개인인기가 계속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또한 강 장관의 인기가 외모와 튀는 언행 등으로 쌓여진 이미지에 연동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될 경우 그 ‘허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당의 반응은 조금 다르다.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낮긴 하지만 선거는 뚜껑을 열어보아야 한다. 지난 대선처럼 극적인 드라마는 아니겠지만 수도권의 경우 인터넷 등을 통한 사이버 여론이 강한 회오리바람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강 전 장관이 서울에서 바람몰이를 한다면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해볼 만하다. 그리고 우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전히 강 전 장관이 유력한 당선 후보로 나온다”고 밝혔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