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막말을 하는 이유는 겨울에는 굳이 최고의 시설, 최고의 환경을 고집하지 말고 몸을 힘들게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는 뜻이다. 물론 권위 있는 전담 트레이너와 훈련하며 개인 영양사가 식단까지 짜준다면 금상첨화지만 겨울만큼은 몸을 어느 정도 ‘거칠게’ 혹사시켜도 괜찮다.
지금은 은퇴한 K선수는 10승을 한 두 번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외모나 야구 스타일이 워낙 깨끗해서 타자한테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실내에서만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트레이드됐는데 옮겨간 팀에다 황당한 요구를 하는 바람에 구단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더니 결국 은퇴하고 말았다.
요구 조건은 개인 훈련을 괌에서 하는 것은 물론 개인 트레이너를 붙여 달라는 내용이었다. 전 소속팀에서는 꿈도 못 꿀 ‘싸가지’를 부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구단에선 당연히 단체운동을 요구했고 K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K가 평소 안전 위주로 훈련프로그램을 짰고 그 강도가 굉장히 약했다고 한다. 연습을 거칠게 했으면 15승은 충분히 했을 거란 얘기다. 사실 그랬다. K는 체력의 한계로 인해 결정적인 순간에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곤 했다. 훈련을 너무 고급스럽게 했던 탓이다.
90년대 초에 L팀은 젊은 주축 선수 7명을 데리고 충북 괴산으로 훈련을 갔었다. 야구선수가 겨울훈련을 떠나면서 장비는 하나도 가져가질 않았다. 인솔자인 L코치는 나름대로 계획이 있었다. 선수들을 산 속에서 굴리겠다는 작전이었다.
6박7일 일정에서 첫날은 눈 속에서 ‘토끼 잡기’로 보냈다. 선수들은 신이 나서 뛰어다녔지만 얼마 뒤 심한 착각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날 떨어진 할당량이 세 마리였는데 날이 훤히 밝을 때까지 한 마리도 잡질 못했던 것. 앞다리가 무지 짧은 토끼를 눈 속에서 잡기란 바다에서 맨손으로 돌고래를 잡는 것만큼 어려웠다. 실제로 L코치는 목표를 달성하기 전까지 밥도 못 먹게 했다. 선수들은 결국 요령을 터득한 끝에 위에서 아래로 몰고 내려와 잡기는 잡았다. 앞다리가 짧은 토끼는 내리막 길에선 데굴데굴 굴러 다녔다.
이틀째는 산악훈련이었다. 여유 있는 등산이 아니라 죽지 않으려고 뛰어야 할 만큼 땀을 내야 했다. 안 그러면 얼어죽을 정도로 추웠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훈련을 마친 7명은 마치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철인이 돼서 돌아왔다. 따져보면 시설이랄 것도 없고 환경 역시 원시적이었지만 훈련 효과만큼은 최고였다.
연봉 10억원짜리 선수일지라도 겨울에는 몸을 ‘막’ 굴려야 한다.
야구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