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이 그때만큼은 생각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렇듯 ‘파란 싹’의 기를 팍팍 죽이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간혹 운동선수도 그런 말을 할 때가 있다.
지난해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초등학교 야구선수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보러 왔다. A팀의 한 선수가 자기 앞을 지나가던 그 학생을 불러서 몇 학년이냐, 포지션이 어디냐고 물어보더니 “야, 너는 언제 학교 졸업하고 프로 와서 돈 벌 거냐. 으이구 지겹다. 지겨워”라고 하면서 기를 팍팍 죽이고 있었다. 맑은 눈을 똘망똘망 뜨고서 쳐다보던 그 학생은 뭔 소린가 하면서도 별로 희망적인 얘기는 아니구나 하는 표정이었다.
그 현장을 보고 가만있으면 이병훈이 아니다. 나는 그 선수를 불러세운 뒤 “야, 너는 언제 야구 잘해서 주전이 되고 올스타전도 출전해 보고 유명해지냐. 애들 기죽이지 말고 니 앞길이나 신경써라. 이 XX야”하고 혼을 내줬다.
만약 그 학생이 부모님한테 그 말을 해서 아이 앞길을 걱정한 나머지 야구라도 중단하면 자기한테 좋을 게 있단 말인가. 열심히 하면 너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격려를 해줘도 시원찮을 판에 김 빠지게시리.
또 한번은 경기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가던 유명 선수한테 어린 학생이 “우와 ○○다! 짱 멋있다”고 찬사를 날렸다. 그런데 유명 선수 왈, “야! 이 건방진 놈아. 내가 니 친구냐?”라고 하는 게 아닌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럼 “우와 ○○님이시다” 그래야 되나. 그 학생 역시 무안하기도 하고 평소 존경하던 스타로부터 욕을 들은 터라 충격받은 표정으로 급히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때도 역시 내가 그 선수를 불러세워 너는 어릴 때 유명한 운동선수나 연예인을 부를 때 이름 뒤에 ‘님’자 붙였냐고 물어봤다. 그 선수는 ‘오늘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아서 자신도 모르게 오버해서 반응을 했다’며 멋쩍어했다.
그 말을 듣고 더 화가 났다. 부진한 날은 팬들이 자기 옆에 오면 안 된단 말인가. ‘경기를 잘하든 못하든 팬들은 한결같이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서야 그 선수는 자기 잘못을 반성했다.
간혹 프로선수 1, 2년 하다가 잘린 선수들이 자기 모교에 찾아가서 학부모한테 프로선수 말년은 대부분 비참한 것처럼 지껄이는 걸 본 적이 있다. 게다가 자기는 백도 없고 아부를 못해서 잘렸다고 얘기를 하곤 한다. 한심한 인간들이다. 프로는 백이 필요 없고 아부도 필요 없는 절대 강자만이 존재하는 곳이다. 그 점은 그 인간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쓸데없이 아이들 기죽이는 말을 해서 훌륭한 자원들을 놓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되겠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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