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양당의 정치적 문제 아냐··· 박근혜 대통령이 해법 내놔야”
[일요신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급한 불부터 끄자”며, 누리과정으로 촉발된 보육대란을 경기도가 앞장 서 막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남 지사가 당내 입지와 지지도를 의식해 지방자치와 연정을 훼손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누리과정 갈등 중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곧바로 누리과정은 엄연한 국가사무이자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업이므로 남경필 지사가 대신 나서는 것은 중재가 아닌 학부모들을 볼모로 한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남경필 지사는 지난 1월 19일 최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및 야권과 갈등 중인 어린이집 누리과정예산을 2개월치 910억원을 먼저 편성해 집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준예산사태에서 (누리과정이 포함된)수정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해 임시회 처리를 촉구했지만 여야 입장차로 이마저 결렬되자 남 지사가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남경필 지사는 “내일이면 보육대란이라는 불이 붙게 되는데, 우리 집 물로 끌 지, 옆집 물로 끌 지 따지는 것과 누구 책임인지 따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며, “경기도는 최후의 수단으로써 준예산에 어린이집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남경필 지사는 “중앙정부와 교육청의 양보와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 경기도는 보육대란을 결코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경기도가 힘들겠지만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며, 경기도의회에 누리과정 예산이 포함된 도교육청 본예산과 도의 준예산 편성을 촉구했다. 또한, 교육부와 교육청의 예산시비에 대해서도 양측이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재정 교육감은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치원, 초중등 학교교육을 살려야 한다”며,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국가사무인데 그 부담을 지방에 떠넘겨 교육발전 전체를 저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남경필 지사가 나서 누리과정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2014년부터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여야 정치권과 교육부를 수차례 만났지만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공약인 만큼 정부가 국고로 지원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회는 여야 입장차가 여전하다. 새누리당은 보육대란의 책임은 누리과정 예산 절충 없이 전액 삭감을 단행한 더불어민주당에 있다며 남 지사의 수정예산안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반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일방적인 누리과정 의무 편성으로 인한 지방재정 악화와 지방자치 훼손을 막기 위해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누리과정 지원은 준예산 집행이 가능한 의무지출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위법하다며, 남경필 경기지사의 누리과정도비지원 방안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동시에 남 지사가 소속정당과 자신의 입지를 위해 연정을 깨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성남시의 무상복지 대법원 제소 역시 연정의 상징인 이기우 사회통합부지사의 반대에도 신청을 강행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실제로 도의회 여야는 지난 23일 누리과정 문제에 대한 협상을 재개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한편, 누리과정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정치적으로 보육대란을 조장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유치원연합회 지역회에서 일선 유치원에 학부모 안내문을 돌려 누리과정 예산 삭감으로 인한 보육대란 책임을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에 편향적으로 묻는가 하면, 도의회 임시회 파행 때에도 수백명의 유치원연합회 회원들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이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재정 교육감 역시 이를 우려하며, “일련의 사건에 여권 인사 개입 의혹 등 보육을 정치적으로 선동하는 행위 일체에 대해서는 용납할 수 없다”며, “누리과정 예산 편성의 현실적인 문제점과 시행령에 의무 사항 변경 포함 등의 위법과정에 대한 설명 없이 집행과정의 책임만을 정치적으로 확대 생산하는 의도가 불순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도의회에서 의결되는 사안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지방자치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야 정치권은 물론 남경필 지사와 이재정 교육감 역시 보육대란의 책임에는 예외가 없어 보인다. 이재정 교육감이 언급한대로 2014년 취임 후 누리과정 예산 해법을 위해 ‘전방위’ 노력을 펼쳐왔다고는 하지만, 남경필 지사와 교육연정 과정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나 전제 미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한 공감대 및 현장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 부분은 남 지사의 연정 진정성에 대한 지적이기도 할 것이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자신의 주장대로 동참을 호소하는 데 비해 여권 주요 인사이자 1200만 경기도민의 수장으로서 정부와 여당을 설득하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 측 모두 “교육은 정치와 별개다”라고 강조했던 만큼 남경필 경기지사와 이재정 교육감이 더 이상 “아이들의 미래”를 담보로 책임공방을 펼치기에는 보육대란이 교육대란으로 불이 번지거나 국민 갈등만 부치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남경필 지사와 이재정 교육감이 ‘교육 연정’을 위해 함께 잡았던 두 손을 서로가 아닌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돌려야만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