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도전5국의 장면. 흑이 최철한 당시 6단이다. 초반 우하귀 정석에서부터 난타전이 벌어져, 불길이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자그마치 7선으로 달리고 있는 우변 흑진이 시선을 끈다.
이창호 9단이 아니더라도 프로라면 누구나 실리에 민감한데, 상대를 이렇게 7선으로 밀어 주는 경우는 실로 드문 일이다.
흑1로 는 장면. 백 석 점과 흑 아홉 점의 수상전이 어찌 되는가. 장고하던 이창호 9단은 뜻밖에 중앙쪽으로 손을 돌려 밀어갔다.
흑이 하변에 가일수해 백을 잡는다면, 대신 8로 두들겨 우변을 쭈그러뜨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흑7로 백삼각 석 점이 그냥 들어간 것은 아무래도 너무 컸다는 것이 검토실의 중론이었다. 그리고 우변에서는 백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전과는 올리지를 못했으며, 결국은 그게 패인이 되었던 것.
[2도]
백이 하변을 둔다면 1로 막는 것이 일단 최강. 이하 흑10까지는 외길이며, 계속해서 ―
백1과 흑8로 피차 수를 줄여 패의 모습인데, 패 자체가 백이 불리한 패인 데다가 흑은 8로 수를 줄이기 전에 2로 먹여쳐 6까지 백돌을 포도송이로 만든다.
백은 이게 너무 아프다. 중앙 백돌 전부가 쓸모 없는, 폐석으로 변하는 모습 아닌가.
그렇다면 백은 손을 뺄 수밖에 없었던 것인가. 아니었다.
[4도]
백1로 한 칸 뛰는 묘수가 있었다. 흑2면 백3·5로 붙여끌어 A와 B를 맞보기로 하는 멋진 수순이었던 것.
[5도]
백1에는 흑도 2·4로 반발하는 것이 강수. 그러나 이때는 이때대로 백5·7로 수를 늘인 다음 9로 죄어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