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같은 일화도 있다. 예전에 일본에서 미·일 올스타전이 열렸는데 말 그대로 ‘갑부들의 잔치’였다. 대회가 끝나자 미국 선수들이 단체로 쇼핑을 가게 됐다. 그러나 그들은 물건을 사지는 않고 두세 시간 동안 ‘아이 쇼핑’만 했다. 그중 한 선수가 방금 지나쳐온 카메라가게에 들어가더니 카메라만 하나 달랑 사가지고 나오며 ‘이 집이 15달러가 더 싸다’고 기분 좋아했다고 한다. 그 선수가 바로 몸값을 입에 올리기도 싫은 슈퍼스타 배리 본즈였다.
돈을 집에 있는 벽난로에다 매일 집어넣어도 10년을 거뜬히 버틸 만한 재력가, 배리 본즈가 단돈 15달러를 아끼려고 한참을 돌아다녔다니 믿어지질 않는다. 더 흥미로운 건 반나절을 돌아다니고 빈손으로 돌아간 선수 중에 조그만 ‘공화국’을 만들어도 될 만큼 돈이 많은 새미 소사와 맥과이어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게 ‘아이 쇼핑’만 한 이유였다.
아무리 일본의 물가가 비싸다고 해도 ‘껌값’도 되지 않는 돈을 아까워하는 ‘거물’들을 보며 일본 가이드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항복했을 거다. 그렇다고 그들이 ‘짠돌이’는 분명 아니다. 새미 소사는 고향인 도미니카에다 야구 발전기금을 매년 10억원씩 기부하고 있고 맥과이어도 개인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돈을 ‘살벌하게’ 쏟아붓고 있다. ‘쏠 때는 확실하게 쏜다’는 얘기다. 일본 스타 선수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는다.
현역시절 일본의 ‘재벌 선수’들과 초밥집에 가서 정종에다 식사를 함께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식사 후 한국 같으면 한 사람이 계산해도 되는 금액을 일본 선수들은 동전까지 똑같이 ‘더치페이’를 했다. 2차로 가라오케를 갔다가 오죽하면 내가 웃으면서 한국말로 ‘에라이 추잡스런 ××들아’했겠는가. 2차까지 모두 7천엔(약 7만원)을 썼는데 그 돈에 벌벌 떨면서도 집에 갈 때는 벤츠 타고 가는 그들이었다.
돈은 버는 것보다 안 쓰는 게 돈 버는 거라지만 솔직히 인간미는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 선수들은 어떤가. 쇼핑 가서 돈 떨어지면 동료한테 빌려서라도 물건을 사고 만다. 심한 선수는 자기 연봉의 7분의 1만큼 쓰는 선수도 있었다. 그리고 물건 담을 큰 가방을 두 개나 산다. 전부가 그렇지는 않다. 간혹 그런 선수가 있다는 얘기다. 이런 선수들은 은퇴 후 돈이 없어 쩔쩔매는 경우가 태반이다.
선수들이여 선수 시절은 잠깐이고 나머지 인생은 꽤 길다네. 선수 간판 떼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부터 아껴 쓰시게나(꼭 내 얘기 같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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