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라도 포수가 리드를 잘해줬다거나 야수들이 수비를 잘해줬다는 말은 없었다. 오로지 자기 실력이고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공이 쏙쏙 들어갔다는 식이었다. 사실 그 투수의 볼 스피드는 140km 안팎에다 구질도 다양하지 못했다. 하지만 당시 포수는 최고참 선수로 당대 최고였다. 상대 타자를 정확히 파악해서 리드를 했기 때문에 그 투수가 잘 던졌던 거고 탄탄한 수비력이 뒷받침됐던 거다. 그걸 모르고 한동안 까불다가 결국 1승만 추가하고 5승 투수로 머물렀다.
나는 스포츠에서 ‘운’이라는 건 훌륭한 동료를 만나는 거라 생각한다. 물론 감독, 코치도 포함된다. 이런 말 할 때면 난 할 말이 없다. 현역시절 발이 조금(?) 느려 내가 주자로 나가 있으면 동료 선수가 안타를 쳤는데도 내가 홈까지 못 들어와서 피해를 당한 선수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타점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지금까지도 미안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야구 전문가들은 현역 포수 중 SK의 박경완을 최고로 꼽는다. 박경완이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어떤 투수도 마음 놓고 던진다고 한다. 상대 타자들도 박경완이 앉아 있으면 왠지 타이밍도 안 맞고 어떤 구질의 공이 들어올지 감이 안 잡힌다고 한다. 따라서 박경완과 배터리를 이룬 투수들이 승리를 하면 전부 박경완의 리드에 감사를 한다.
해태가 우승을 싹쓸이하던 시절 멤버들을 보면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나 강해 팀 분위기가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라커룸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는 팀이 어떻게 우승을 독식했겠나. 이유는 자기 포지션에서 제 몫을 다해줬고 결국 시합할 때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았다는 얘기다. 거기에 김응용 감독이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주면서 믿고 맡기는 스타일이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막강 해태시대를 구가했던 것이다.
있는 거라곤 ‘깡’뿐인 신윤호가 김성근 감독을 만나 LG 마운드의 희망이 되고 국가대표까지 됐었다. 이전 코치들이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김 감독과 신윤호가 ‘궁합’이 잘 맞았다는 게 정확하다. 하지만 등판 횟수가 너무 많다는 우려대로 곧바로 신윤호는 부상에 시달리고 말았다.
‘투수 왕국’이라는 현대도 박진만, 박종호라는 단짝이 있기 때문에 더욱 강팀이 될 수 있었고 SK도 조범현, 박경완 두 사제지간의 환상 호흡이 존재했기 때문에 강팀이 됐다. 이승엽도 언제나 박흥식 코치를 1등 공신이라 일컬었다. 남자한테 ‘너는 마누라 잘 만나서 출세했다’고 말하면 길길이 날 뛰지만 야구선수는 짝을 잘 만나야 성공할 수 있는 거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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