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박지은, 박세리, 송아리 | ||
지난 3월29일,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 박지은이 송아리를 제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이쯤 되면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듯한 형국이다.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대한의 딸들. 미국 그린을 평정하고 있는 한국 낭자군의 활약상과 분전의 진짜 이유를 살펴봤다.
올 시즌 미국 LPGA 무대에서 뛰고 있는 한국낭자들은 풀 시드와 컨디셔널 시드를 포함해 모두 20명. 이는 전통적인 골프 강국 호주(12명)나 ‘골프 여제’(女帝) 애니카 소렌스탐이 버티고 있는 스웨덴(10명), 그리고 ‘골프의 종주국’ 영국(9명)보다 훨씬 많은 수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가 중에선 개최국인 미국 다음으로 출전선수가 많다.
한국 선수들이 지난 시즌 LPGA 투어(총 31경기)에서 합작한 승수는 모두 7승(2001년 7승, 2002년 9승), 거둬들인 상금만 해도 무려 7백만달러(약 85억원)가 넘는다. 투어 총상금이 1년에 4천만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활약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2003 Player of the year’(올해의 선수)와 ‘상금 랭킹’에서 박세리(3승), 박지은(2승), 한희원(1승)이 나란히 2, 3, 4위에 이름을 올렸다. LPGA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한국 여자 골퍼들의 사진들로 도배돼 있을 정도니 미국 LPGA가 한국 낭자들의 무대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쯤 되니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시기와 질투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나라별로 출전 선수 수를 제한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골프장에서 한국말을 금지하자’는 억지스러운 망발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오히려 기존 선수들에 ‘얼짱’ 안시현(20·코오롱 FnC)과 LPGA 팬들이 꼽은 ‘올해의 루키(신인상) 영순위’ 송아리(18·빈폴골프)까지 가세한 우리 낭자군의 올해 활약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골프 환경만 놓고 보면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아주 열악한 수준. 더욱이 체격조건까지 고려하면 한국 여자 선수들의 미국 LPGA 도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까지 표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한국 선수들이 이같은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안시현, 김미현,박희정, 한희원 | ||
실제로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1년 동안 20대회 이상을 치러야 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체력이다. 특히 여자 골프계의 ‘부동의 1인자’ 애니카 소렌스탐이 체력훈련으로 굉장한 효과를 보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회가 없는 3개월의 오프 시즌 동안 한국 선수들이 주력하는 것은 바로 혹독한 체력훈련이다.
이미 박세리, 박희정(24·CJ) 등은 지난 오프시즌 동안 전담 트레이너를 두고 하루 14시간씩 체계적인 훈련으로 땀을 흘렸고, 체력 부족으로 지난 시즌 부진한 한 해를 보냈던 ‘슈퍼땅콩’ 김미현(27·KTF)과 떠오르는 신예 ‘신데렐라’ 안시현은 태국에서 지옥(?)훈련을 견디며 2004 시즌을 대비했다.
박지은(25·나이키골프)의 경우 연습시간을 늘리기 위해 숙소를 연습장 근처로 옮기는 열성까지 보였다고 하니 선수들이 체력훈련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외국 선수들이 비시즌 동안 취미활동을 하거나 가족들과 휴식을 갖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