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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범근 감독이 선수들을 독려하며 지도하는 모습. 사진제공=수원 삼성 | ||
저마다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를 비롯해 국내외 프로축구에서 잔뼈가 굵은 ‘야전사령관’들로 이번에 나란히 축구 명가의 재건을 다짐하고 있다. 세 감독 모두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는 것도 공통점.
과연 이들과 함께 훈련하며 생활하는 선수들은 감독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지금까지 외부와 언론에 비친 스타 감독의 모습이 아닌, 선수들이 보고 느낀 ‘우리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선수 이름은 팀마다 A, B, C 알파벳순으로 이니셜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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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해성 감독(왼), 이장수 감독 | ||
시드니올림픽대표팀 ‘허정무 사단’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끌어낸 ‘히딩크호’에서 살벌한 ‘군기 잡기’로 악명(?)을 떨쳤던 부천 SK의 정해성 감독의 별명은 ‘군기반장’이다. 선수들과의 상견례에서도 나이 어린 선수들은 바싹 긴장했을 정도로 정 감독의 강성 이미지는 선수단 전체를 무겁게 지배했었다. 그러나 동계훈련을 거치고 시즌을 맞이한 선수들은 정 감독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참선수 A는 “솔직히 소문으로만 듣다가 설마 그렇게 무서울까 했는데, 막상 겪어 보니깐 정말 무섭긴 무섭더라”면서 ‘군기반장’이라는 별명의 진가를 체험했다고 밝혔다. 선수 B도 “콕 집어서 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그라운드에만 들어가면 경기에 심취한 나머지 얼굴색이 달라진다”며 정 감독을 축구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사람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선수들 대부분은 정 감독이 무서울 때는 그라운드 안에서만이라고 한정했다. 선수 C는 “불성실한 것을 그냥 못 보는 성격이기 때문에 엄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그라운드만 벗어나면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며 자상함을 강조했다. 즉, 정 감독이 무섭다는 말은 인간성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카리스마가 있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다는 것.
그라운드 밖에서 정 감독의 인기는 더욱 높았다. 선수 D는 “선수들과의 약속은 꼭 지키는 의리파”라며 지지를 보내기도 했고, 선수 E는 “소문만 듣고 상당히 긴장했는데 뒤끝 없는 모습에 의아해 했을 정도”라면서 “강인함 뒤에 숨은 부드러움이 상대적으로 많이 안 알려진 것 같다”며 정 감독의 감춰진 면모에 대해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이장수
외국인 감독의 무덤이라고 하는 중국 프로축구에서 소속팀을 2년 만에 정상으로 올려 놓은 것을 비롯해 ‘올해의 감독상’까지 받으며 지도자로서 오히려 중국에서 더 주가를 높인 감독이 바로 이장수 감독이다. 97년 성남 일화의 감독 자리를 내던지고 중국으로 간 이후 6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터라 선수들이 이 감독에 갖는 심정도 ‘기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이 감독 또한 상당히 엄격한 스타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유머에 상당한 소질을 갖고 있다고 한다. 선수 A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이 감독님이 무서울 수 있겠지만 유머가 상당한 수준이어서 편하게 볼을 찰 수 있다”며 이 감독 특유의 ‘개인기’를 높게 평가했다. 선수 B도 “훈련할 때 심각한 상황에서는 ‘심하게’ 심각하지만 조금 풀어주는 상황에서는 재미있는 행동으로 꼭 선수들을 웃기고 만다”며 개그맨 못지않은 ‘끼’에 박수를 보냈다.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아 배를 잡고 웃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남 토박이 선수 C는 이런 점을 적극 인정하면서 “유머만큼이나 이 감독님은 ‘구라’가 장난 아니다”라는 말로 이 감독의 현란한 애드리브에 손사래를 쳤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심한 허풍을 아주 진지하게 말해 감독을 하지 않았다면 ‘~꾼’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한 선수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선수 D는 “뭐니뭐니해도 축구에는 미칠 정도로 대단한 애정을 갖고 있어서 중국에서도 인정받은 것 같다”며 많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차범근
가급적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차범근 감독이지만 화면이나 지면에서 만나는 차 감독은 항상 온순한 이미지를 자연스럽게 전파하고 있다. 일단 인터뷰를 하게 되면 최선을 다해 얘기를 꺼내고 명성에 비해 자신의 몸을 많이 낮추려고 노력하는 스타일.
선수들은 차범근 감독을 ‘해피 바이러스’에 비유했다.
선수 A는 “훈련할 때 차 감독님으로부터 듣는 말은 대부분 ‘잘했어’라는 말”이라면서 따끔한 지적을 서슴지 않는 비디오 분석 시간 외엔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 B도 “다른 지도자들은 잘못하면 언성부터 높아지곤 하는데 차 감독님은 비난보다는 칭찬 위주로 풀어나간다”면서 언론에 비춰진 차 감독의 유순한 이미지와 그라운드에서의 모습을 동일시했다.
특히 차 감독은 젊은 선수들로부터 ‘지지표’를 다수 획득했다. 칭찬을 자주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개성을 존중한다는 것이 선수들로부터 적극적인 환영을 받는 이유. 신인 선수인 C는 “김호 감독님 시절에는 머리 염색이라든지 귀고리와 같은 액세서리에 제한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자유가 보장된다”며 “선수들이 멋을 내기 위해 고민(?)하는 여유가 생긴 것도 달라진 신풍속도”라고 소개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