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투수가 전력투구한 공의 실밥이 보인다는 이진영(SK)은 ‘집중력의 귀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실밥이 보이는지 아니면 느리게 던진 체인지업을 무지하게 화창한 날 희미하게 보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4할이 넘는 타율을 보면 보긴 본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진영은 5할도 가능하다. 왜냐하면 공이 오다가 이진영 앞에서 ‘일단 멈춤’ ‘잠시 대기’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밀고 당기고 자유자재로 친다는 얘기다.
‘집중력’ 하면 몇 명의 선수가 떠오른다. 먼저 장성호(기아)다. 그는 타석에서나 수비에서나 항상 실실 웃는다. 꼭 실성한(?) 사람 같다. 유들유들한 성격 탓이라기보다는 마인드 컨트롤 덕이다. 실실 거리다가도 타석에 들어서면 나쁜 공에는 좀처럼 방망이가 나가지 않는다. 그러다 걸렸다 생각되면(?) 순간의 폭발력이 엄청나다. 순간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증거. 일명 ‘허허실실’ 타법이다.
그리고 이영우(한화), 그는 국내 포수들이 상대하기 제일 껄끄러운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다. 그 역시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지만 정작 높게 평가받는 건 무서울 정도의 집중력이다. 몇몇 포수들은 타석에 선 그의 눈빛을 보면 소름이 오싹 돋는단다. 그와 대화를 해보면 어떻게 그런 집중력이 나오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순하고 ‘띵’한데도 말이다.
양준혁(삼성)은 긴 말이 필요 없다. 그의 특이한 ‘만세타법’이나 조금 건방져 보이는 모션도 너무 집중해서 나오는 것들이다. 자기 플레이에 완전히 몰입한다는 증거다. 김동주는 두산에서 ‘보물’ 같은 존재다. 그가 없는 타선은 고무줄 없는 고쟁이나 마찬가지. 그가 보여주는 집중력은 상대 투수들이 지레 겁먹고 도망 다니게 만든다. 거기에다 덩치까지 ‘산’만 해 공포의 대상이다.
부상 탓에 최근 부진하긴 하지만 마운드에선 정민태가 돋보인다. 그는 타자들을 주눅들게 한다. 도저히 그의 몸상태나 감정을 알아챌 수 없게 만든다. 더그아웃에선 부드럽다가도 마운드만 올라가면 ‘크레믈린’으로 변한다. 잠시도 긴장을 풀지 않는다. 때문에 그의 구위에 주눅들고 집중력에 엎어지기 일쑤다. 송진우 역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최고령 선수답게 노련한 데다 타자들을 헷갈리게 하는 데 특히 강하다.
2할9푼9리의 타자와 3할 타자의 차이점은 뭘까. 똑같이 3타수 3안타를 때린 날 마지막 타석에서 집중해서 치면 3할이고 대충 치면 2할이라고 했다. 투수도 야수가 실책했다고 흔들리면 10승 투수는 못 된다.
야구 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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