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삼성 김승관, 두산 전상열, LG 최만호 | ||
이승엽과 입단 동기며 입단 당시 투수 이승엽과 타자 김승관은 최고의 스타 후보생이었다. 그런데 이승엽이 타자로 전향하면서 그때부터 김승관은 2군의 터줏대감이 된다. 포지션이 같은 1루였기 때문이다.
그의 올해 연봉은 공개하기에도 민망한 2천2백만원이다. 10년 동안 한팀에 묶여있는 선수치곤 그 대가가 형편없다. 만년 2군 선수의 설움을 홈런 한방에 훌훌 털어버린 그날 저녁 김승관은 떨리는 마음으로 부친 김방웅씨와 통화를 했다. 10년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아들이 안쓰러워 부친은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프로 8년차인 LG의 최만호. 그는 97년 현대에서 LG로 이적해서 수비 ‘땜질’이나 대주자로 기용됐다. 또 큰 점수 차가 날 때나 눈길이 가는 그런저런 선수였다. 통산 타율도 0.225리. 그런데 최근 야구에 ‘감’을 잡았다. 타율도 규정 타석에는 못 미치지만 0.302리로 뛰어난 활약이고 주전으로 중용되고 있다. 서른 살이 넘었는데도 빠른 발은 여전하고 수비 때는 환상적인 그물망 수비로 상대 타자를 열 받게 만든다. 한 마디로 LG의 소금 같은 존재다. 재미있는 건 그의 모든 장비에는 ‘억’이라고 씌어 있다. 올해 연봉이 5천만원인데 내년에는 반드시 억대 연봉을 받겠다는 의지다.
올해 나이 33세로 프로 데뷔 14년차인 두산의 전상열. 그는 고참급 선수지만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통산 안타수가 3백73개로 1년에 30개를 조금 넘어섰다. 그런 그가 정수근의 공백을 톡톡히 메우고 있다. 정수근의 뒤를 이어 1번 자리를 꿰차면서 타율이 0.302리, 58안타, 타격 19위에 오른 것. 이 정도면 정수근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비 또한 견실하고 도루도 7개로 수준급이다. 두산은 뜻밖의 보물을 발견했다.
위의 선수들 모두 엄청난 인고의 생활을 견뎌냈다. 인간 승리의 표본인 그들이 계속해서 대활약해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병훈 야구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