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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이): 먼저, 다승과 방어율 부문 1위에 올랐는데 축하한다.
김수경(김): 감사합니다. 그보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해요. 중간에 손 터는 성격이 아니라서.
이: 괜찮다. 잘 나갈 때 튕기지 언제 튕겨보냐? 그건 그렇고, 상대 타자들이 유독 네 공에 벌벌 떠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김: 일단 타점(팔의 각도)이 높고 슬라이더가 강점인데 타자들은 ‘포크볼’인 줄 착각해요. 실은 포크볼은 못 던지거든요(웃음).
이: 정말 포크볼이 안되는 거야? 그런 비밀을 공개해선 안될 것 같은데 이미 말을 해버렸네. 그것 말고도 조금 더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김: 너무 힘에 의존하는 피칭을 해요. 강약 조절만 제대로 되면 타자들은 속수무책일 거예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힘 기르는데는 1년, 힘 빼는 기술을 터득하는데 10년 걸린다는 소리요.
이: 네 폼이 좀 특이한 편이지? 언제부터 그랬니?
김: 솔직히 고등학교 때와 똑같아서 이상하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프로 입단 후 우연히 TV 녹화중계를 보다가 처음 알았어요. 그때는 나도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하지만 그렇게 웃긴 폼은 아니잖아요?
이: 아니, 충분히 웃기는데? 하하. 수경아, 프로 와서 몇 명의 투수코치와 야구해 봤냐? 변화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김: 지금까지 김시진 코치님 한 분하고만 해봤죠. 그래서 누구보다 저를 잘 알고 계셔요. 특히 심리적 안정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주시죠. 그분 말은 다 듣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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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 두 번 있었죠. 중학교 1학년 때 운동이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께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조금만 더 참고 해봐라’하시며 용기를 북돋워주셨어요. 그때 아버님이 야구 그만두고 공부하라고 끌어내셨더라면? 어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네요. 그리고 2002년 다승왕하고 이듬해 6승할 때 투구폼도 무너지고 자존심도 상해 ‘쪽’ 팔려 그만두고 싶었어요. 그때 감독님과 코치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그럴 때는 뭘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냐.
김: 저는 야구 말고는 정말 잘하는 게 없어요. 룸메이트로 5년째 동거중인 (정)민태형이 낚시를 권유하길래 주로 민태형과 낚시를 다니는 편이죠. 또 민태형은 배울 점이 많은 선배예요. 그 형은 담배는 피지만 술은 전혀 못하고 저는 그와 반대이거든요. 그래서 만나면 사고 날 일도 없어요.
이: 네 말대로 잘하는 건 없다 치고 앞으로 잘하고 싶은 건 뭐야?
김: 시즌 마치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배우고 싶은데 위험하잖아요. 위험한 건 하기 싫거든요.
이: 여자한테 인기가 좋은데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 내가 보기엔 투구 폼도 웃기지, 생긴 것도 별로지. 도통 알 수가 없어.
김: 왜 그러세요.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잖아요. 그리고 통통한 모양새가 나름대로 한 몸매한다구요. 농담이고요. 여자들이 말하길 제가 무지 착하게 생겼대요. 그리고 이미지가 깨끗해서 부담이 없다는군요. 사실 제가 참을성이 남다르거든요. 어지간한 일로는 화도 안내죠. 이 정도면 괜찮은 남자 아닌가요?
이: 그럼 사귀는 여자가 있겠네.
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사실은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너무 가슴 아픈 일이었죠. 아 참, 이 얘기는 빼주세요. 그쪽이 더 힘들어 해요. 저도 한동안 야구에만 전념할 거예요.
이: 앞으로 어떤 여자랑 사귀고 싶냐?
김: 저는 외모나 능력 같은 건 별로 신경 안 써요. 하지만 2세를 위해서 (별표 다섯 개라고 강조까지 하면서) 착하고 예쁘고 몸매도 잘 빠지고 똑똑해야 되겠죠.
이: 야, 그게 2세를 위한 거냐? 너 좋으라고 하는 얘기지. 마지막으로 팬들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저는 만약 ‘퍼펙트’ 경기를 해도 별다른 액션이 없을 거예요. 고작 ‘피식’하고 웃기나 하지. 그래서 재미없는 선수라는 말도 있어요. 하지만 쑥스러워서 그런 거지 감정이 메마른 사람은 아녜요. 앞으로도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최고의 투수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