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와이번스의 박경완 포수. | ||
게다가 경기도중 부러지는 방망이와 찢어지는 유니폼에 로진백(투수들이 손에 땀을 닦을 때 이용하는 가루)과 공인구 같은 소모품을 생각하면 1년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재료비는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기본적인 장비를 모두 지급해야 하는 구단들의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선수들의 경기력을 생각하면 장비를 아낄 수도 없는 일. 구단 관계자들과 선수들로부터 장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유니폼은 홈과 원정경기 동·하복을 포함하여 1년에 평균 6벌 정도가 기본으로 지급된다. 한 벌 당 가격이 10만원 정도이므로 약 60만원 가량이 유니폼 비용으로 소요되는 것이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이 유니폼에 들어가는 비용이다. 경기도중 손상된 유니폼의 경우 구단에서 비용을 부담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
방망이 또한 돈 많이 먹는 연장 중 하나다. 구단 별로 차이는 있으나 선수들의 개인 방망이는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각자가 구입하고 경기도중 부러진 방망이에 대해서만 구단에서 보상해준다. 하지만 부러지는 방망이의 개수가 장난이 아니다. 한 팀당 1년 간 대략 5백~7백 개 정도의 방망이를 보상해 준다고 하니 10만~15만원(평균 12만5천원)이나 하는 방망이 금액을 전체로 환산해 보면 구단에서는 한 시즌 동안 7천만원 이상을 선수들의 방망이 값으로 지불하는 셈.
따라서 방망이를 특히 많이 부러뜨리는 선수들은 알게 모르게 프런트로부터 눈총을 받는다. 방망이를 해먹고 안타를 치는 경우는 다행이지만 병살타라도 날려서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는 한대 때려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대부분 스윙이 큰 슬러거들이 방망이를 많이 부러뜨리는데 올 시즌 현재까지 가장 많은 방망이를 ‘아웃’시킨 선수는 두산의 홍성흔(26)으로 4~5월 두 달 동안 무려 27개의 방망이를 폐기처분시켰다.
이에 홍성흔은 “지난해까지는 맞히려는 스윙을 했지만 올 시즌은 자신 있게 휘두르다 보니 방망이가 많이 부러지는 것 같다”며 “다행히 요즘 물오른 타격감 때문에 부러진 방망이로 눈치 보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 두산 베이스의 홍성흔 | ||
이렇다 보니 이들에게 들어가는 금액 또한 만만치 않다. 선수들 마다 쓰는 제품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가슴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 턱 보호대만 따져보아도 평균 1백만원 대를 호가한다. 여기에 헬멧과 마스크, 포수 글러브 등을 합치면 대략 1백80만원이라는 금액이 나온다.
그렇다면 파손된 포수 장비는 어떻게 이용될까? 다름 아닌 선수들의 얼차려용이다. 코칭스태프들은 경기 중 실수한 선수들에게 포수장비로 완전 무장을 시키고 특별 훈련을 시키고 있다. 엄청난 무게도 무게지만 한 여름 동안 ‘안방마님’들이 흘린 땀 냄새는 참기 힘든 고통이라고. 포수 장비로 얼차려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선수들은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는 후문이니 비싼 만큼 그 역할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