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젊은 선수들은 야단도 함부로 못 쳐요. 한번은 훈련 중에 딴 데 정신 팔린 선수를 발견하곤 그 즉시 ‘너 그렇게 운동하려면 가방 싸가지고 집으로 돌아갓!’하고 큰소리를 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선수가 어떻게 한 줄 아세요? 정말 가방 싸가지고 숙소를 나가버린 거예요. 나중에 왜 그랬냐고 다그치면 ‘감독님이 나가라고 하셨잖아요?’라며 오히려 날 원망해요. 처음 그런 일 겪었을 때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는데 다른 선수들도 다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아무리 화가 나도 ‘집에 가라’는 소린 절대 안해요.”
박주성(수원 삼성)은 기자들이 하도 체력이 약하다고 지적을 하니까 자신도 세뇌(?)가 된 나머지 운동장에서 조금만 뛰어도 교체 신호를 보내곤 했었다.
“시리아에서 치른 평가전이었어요. 박주성이 전반 10분 만에 교체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날씨가 너무 덥다보니 힘도 들었겠지만 세상에 경기 시작 10분 만에 체력이 바닥났다고 사인 보내는 선수가 어디 있어요? 수난을 많이 겪었는데 후반 20분 정도 지나니까 체력을 조금씩 회복하더라고요. 결국 90분 풀타임을 다 뛰었어요. 박주성은 자신의 체력을 너무 믿지 못했던 거죠.”
어린 선수들과 어울리려면 권위와 위엄은 모두 집에 다 두고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인터넷 유머는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는 은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박 감독대행이 청소년대표팀에 더 큰 애착을 갖는 이유는 어린 선수들이 감독이라는 이름을 걸고 ‘작품’을 만드는 데 스펀지 같은 흡수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