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뇰 귀네스 전 터키 대표팀 감독. 한국의 축구사랑 열기와 자신의 명예 회복 기회를 위해 한국행을 강력히 바라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메일 인터뷰에선 “목매달지 않는다”고 답했다. | ||
지난 9일 새벽,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귀네스 감독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기자의 신분을 확인한 뒤 “10분 뒤에 다시 하라”며 끊어버렸다. 잠시 후 전화 통화를 시도했는데 좀 전까지만 해도 연결됐던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벨기에에서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중인 귀네스의 대리인을 통해 메일 인터뷰를 성사시킬 수 있었다.
귀네스 감독은 그동안 한국 언론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한국 감독직에 목매달지는 않겠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다. 기술위원들의 면접 당시 한국축구에 관한 자료를 가장 많이 준비했던 귀네스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대한축구협회가 메추 감독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포기한다고 발표한 이후에도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에이전트사의 설명이다.
귀네스 감독은 최근 한국 외에 알제리와 나이지리아 등에서 국가대표 감독직을 요청받았다. 그러나 한국국가대표 감독에 가장 큰 흥미를 느끼고 있다. 한국 축구팬들의 엄청난 축구사랑을 2002월드컵 당시 몸소 체험했고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한국이 가장 적극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귀네스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독일 보쿰에서 벌어진 터키와 한국의 친선전 때부터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해 한국선수들의 장단점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귀네스는 이런 사실을 기술위방문단에게도 설명했다.
▲ 2002월드컵 터키 대표팀을 지도했던 귀네스 전 감독(오른쪽에서 두 번째). 터키팀은 당시 3위를 기록했다. | ||
귀네스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축구협회로부터 프러포즈를 받을 경우 메추와는 달리 자신의 몸값을 축구협회의 예산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이을용이 뛰었던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골키퍼로 활약했고 코치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상당기간의 감독 생활로 이스탄불에 여러 채의 별장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부를 쌓아 돈에 대해선 큰 욕심이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귀네스 감독이 한없이 몸을 낮추면서까지 한국에 오고싶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다. 유로2004 예선에서 라트비아에 패하며 본선진출에 실패한 그는 4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지난 4월 자진사퇴했다.
대학졸업반과 대학생인 두 딸도 아버지의 한국행에 적극 지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한국 언론 보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귀네스 감독은 자신이 한국 감독직에 연연해 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 대해 불쾌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귀네스의 에이전트는 “귀네스 감독은 한국 언론과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왜냐하면 축구협회가 감독을 선발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섣부른 발언으로 인해 자칫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언론과 직접 전화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밝혔던 메추 감독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실제로 귀네스 감독은 사범대학에서 사회역사를 전공한 뒤 교단에 섰던 경험도 있다. 골키퍼였던 그는 오전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오후에는 훈련과 경기를 가졌던 이채로운 경험의 소유자다.
축구협회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대표팀 감독 선임의 ‘비밀 카드’가 어떤 내용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부디 그 ‘비밀’ 속에 ‘알맹이’가 담겨 있으면하는 것이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가 있어선 안된다. 이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