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번트 작전을 한두 번 했던 삼성의 김응용 감독이 1~2년 사이에 한 경기에 서너 번씩 번트 작전을 펴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선발 투수가 1실점만 해도 곧바로 중간 계투진을 준비시키는 아무개 감독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선발 투수라면 그 팀에서 제일 믿음이 가는 투수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안타 두세 개 얻어맞고 1실점 했다고 다음 투수를 준비시키면 그 선발투수는 ‘쪽’ 팔리기도 하고 자신감을 잃어 더 이상 던질 맛이 안 난다.
타자한테도 주자가 있을 때 초구에 강공을 주문했다가 파울이 나오거나 헛스윙을 하면 2구째 희생 번트를 지시한다. 이건 완전히 맛이 가는 시나리오다. 정확히 말해 감독이 그 타자의 번트나 강공 모두를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예 초구부터 번트를 지시했다면 타자도 ‘아, 1점이 필요하니까 그 작전이 나왔구나’ 하며 열심히 작전을 수행하지만 이런 경우는 김이 팍팍 새서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반대로 1점을 반드시 뽑아야 하는 상황일 때 주자가 있는데도 타자를 너무 믿고 강공을 펼치는 감독이 있다. 이건 오히려 선수한테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만약 안타를 못 치거나 진루타를 치지 못할 경우 그 타자는 죽을 맛이다. 차라리 번트를 했으면 할 때가 바로 이럴 때다.
또 국내에는 8개 구단이 있지만 중심 타자는 몇 명 되지 않는다. 3,4,5번 타자가 중심 타자인데 3×8=24가 맞지 않는가. 그런데 10여 명 정도만 중심 타자라는 얘기다. 즉 타순 변경이 너무 많다는 소리다. 특히 중심 타자는 한 시즌을 치르면서 거의 변경이 없어야 하는데 클린업 트리오가 돌아가면서 쳐보는 타순이 돼 버린 게 한국 야구의 현주소다.
흔히 하는 말로 ‘장군감’ ‘대통령감’이란 말도 있듯이 야구에도 ‘에이스감’ ‘4번 타자감’이라는 게 있다. 그런데 특히 5번 타순은 전날 게임에 좀 쳤다 싶으면 한번 집어넣어 본다. 그러면 선수 당사자는 쫄아서 더 못친다. 5번타자가 아니라 그냥 다섯 번째 치는 타자가 되는 거다.
사실 후보 선수나 하위 타순에서 타격하던 선수를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중심타선에 배치시키는 일이 많지만 성공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 타자 자신도 내가 중심타자감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 날 안타를 못치면 괜히 죄인이 된 것 같은 심정이다.
아마추어 야구판에서나 자주 봄직한 이런 식의 선수기용이나 작전은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야구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