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이): 형! 오랜만이우. 요즘 힘들지?
이강철(철): 응. 이젠 야구하는 것보다 구단 버스 타고 원정 다니는 게 힘들어 죽을 지경이다.
이: 형이 생각해도 예전과 지금의 공이 많이 달라?
철: 휴~, 그럼. 이제는 스피드도 많이 줄어들었고 슬라이더도 밋밋해졌어. 그러니까 중간 릴리프지. 요즘은 요령만 가지고 버티고 있다.
이: 그래도 아직은 형의 공이 통하는 세상이잖아.
철: 그게 웃긴다. 아직도 내 이름에 주눅 드는 타자들이 많거든. 그넘들 잡는 맛이 쏠쏠혀.
이: 매일 ‘5분 대기조’하니까 좋아하는 술도 못 먹겠네.
철: 그래. 요즘은 먹고 싶어도 못 먹어. 선발 나갈 때는 날짜 따져서 허벌나게 먹었는데 요즘은 맨날 비상대기 신세다 보니 꾹꾹 참는다. 말년에 친구들 다 잃게 생겼다. 그래도 술 못 먹으니까 체력 유지는 확실히 되는 거지.
이: 지금까지의 투수 이강철을 평가한다면?
철: 예전에는 에이스 이강철이 최고였잖아. 마운드에서 무서울 게 없는 내 세상이었지. 그런데 이제는 중간 릴리프 역할을 한다는 게 처음엔 자존심 상했지만 그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이: 형, 통산 탈삼진 기록 깨는 날, (선)동열이형한테 전화 했었어?
철: 말도 마라. 그때 삼성이 연패하고 있었잖냐. 그런 상황에서 전화했다가 뭔 소릴 듣것다고 하것냐. 한참 후에 전화해서 ‘형님 죄송합니다’ 했더니 동열이형이 ‘축하한다. 차라리 네가 기록 깨서 기분은 좋다’고 하시더라.
이: 형도 아그 때 술 먹고 사고 친 적 몇 번 있었지?
철: 아따 많았제! 술 먹고 운전하다 사고 친 적도 여러 번 있었고. 원래 광주는 ‘해태 타이거즈’가 법으로 통했었잖냐. 한때는 이강철이 길거리에 서 있으면 업소 주인들이 곰살궂게 튀어나와 자기 가게에서 한잔 때리라고 난리였제. 그때는 술 허벌나게 묵었어. 그래도 술 먹고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 삼성으로 트레이드 된 후 야구 때려 칠 위기도 있었잖아. 어떻게 참았어?
철: 그때 프로와서 처음으로 2군 생활이란 걸 해봤어. 몸이 아파서가 아니라 2군 선수로 평가받은 시기였었지. 그때 거의 은퇴 직전까지 갔었어. 그런데 2군 생활의 어려움을 느껴보니까 그 선수들의 심정을 알게 되더라구. 훗날 지도자가 되면 음지의 선수들을 챙겨주리라 다짐하고 그때부터 ×나게 열심히 한 거야.
이: 이강철한테도 천적 타자가 있었나?
철: 뭔 소리여? 당연히 있었제. 지금 생각해도 징그러운 타자가 롯데 김민호 형이야. 그 형은 내 공을 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쪼개 버렸지. 또 OB(현 두산)의 김형석 형도 내 공을 받쳐놓고 갈겨 버렸지. 그 두 형은 요즘도 꿈에 나타나서 내 공을 작살내더라.
이: 요즘 어린 선수들 어때?
철: 정말 답답하지. 요즘 애들 야구에 정열이 없어. 한마디로 잡스러운 쪽에 관심이 넘 많아. 심지어 야구장에 나와서 지들 사생활 얘기하면서 몇 시간을 낄낄거린다니까. 한 가지 좋은 점은 젊은 애들은 술을 안 마셔. 그건 다행이야.
이: 형을 오랫동안 지켜봐주고 있는 팬들에게 인사해야지.
철: 낯간지럽게 인사는 무슨? 흠흠. 은퇴를 눈앞에 둔 이강철한테도 팬 카페가 생겼어요. 모두 응원해 주신 여러분 덕분이죠. 나이를 팬티 고무줄 마냥 마음대로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었음 좋겠어요. 전 나이 때문이 아닌 실력에 맛이 갔을 때 마운드에서 내려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여러분 이강철을 팍팍 좀 밀어주세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