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기 대회를 찾은 야구팬들은 스카우트들 때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프로스카우트들과 대학 감독들의 선수 선발 기준이 확연히 차이 났기 때문. 프로 구단의 스카우트들이 2차 지명을 대비하여 실력이 뛰어난 A급 선수를 찾는다면 대학 감독들은 특별히 눈에 띄진 않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들을 찾고 있었던 것.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일까?
우선 3년 전 바뀐 제도 탓으로 프로야구의 2차 지명이 끝난 후에야 대학 감독들이 고교야구 선수들과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쓸 만한 선수들은 모두 프로 구단에 지명되어 대학팀들은 수준급 선수를 확보하기가 힘들어진 것. 게다가 프로구단에 하위 순번으로 지명 받을 것이 예상되는 고교 선수들이 프로와 대학에 양다리를 걸치는 경우가 많아 대학 감독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해 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학 감독들은 대어급 선수들에 대해선 애당초 포기 선언을 했다. 연세대 김충남 감독은 “현재 상황으론 고교선수들에게 대학진학은 메이저리그, 국내 프로야구 진출 다음의 3순위일 수밖에 없다”면서 “어차피 대형 선수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2차 지명 후 남은 선수들 중에서 우리 팀의 취약 포지션에 맞는 선수를 고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의 FA제도 정착도 대학팀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프로에 진출하면 FA 신분을 얻기까지 무려 4년을 손해 봐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 입장에서도 프로 직행이 부의 축적의 지름길인 셈. 더욱이 과거에는 대학은 나와야 된다는 생각을 가진 학부형들이 많았지만 이승엽(27·지바 롯데), 정수근(26·롯데) 등 고졸 프로 선수들이 젊은 나이에 FA 자격을 얻게 되자 그러한 인식이 사라진 지 오래다. 오히려 대학 때 혹사당하느니 빨리 프로에 진출해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 것이 더욱 낫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 되었다.
또한 유망 선수들의 무분별한 해외 진출 때문에 선수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프로 구단들이 특A급이 아닌 선수에게도 거액의 계약금을 쥐어주다 보니 고교 선수들과 학부형의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져 대학 진학은 차선책도 아닌 차차선책(?)이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거액의 돈이 눈앞에 보이는데 그걸 포기하고 대학에 오라고 하면 누가 오겠느냐”고 반문하는 고려대 이종도 감독의 말처럼 자금력이 부족한 대학들이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프로팀들의 대학 졸업생 1·2차 지명 빈도가 낮아지면서 고교 선수들의 대학 기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2차 지명에서 대학 졸업생은 단 6명밖에 없었다. 대학 감독들이 “졸업을 해도 취업이 안되는데 어떤 선수가 오겠냐?”고 하소연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결국 대학야구 감독들은 A급 선수들을 찾는 것이 아니라 B급 선수들 중 똘똘한 선수들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 된 것이다.
인하대학교의 주성로 감독은 “어차피 쓸 만한 투수들은 프로로 진출하게 되어있으니 야수들 중에서 어깨가 싱싱한 놈들을 눈여겨보았다가 잘 골라서 투수로 키우는 수밖에 없다”며 ‘나름’의 노하우를 피력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학 감독들은 그야말로 흙 속의 진주를 찾기 위해 분주히 노력한다. 어떤 선수가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을 것인가 예상하는 것은 물론 하위 순번으로 지명 받은 선수들 중 누가 프로 구단과 계약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정보도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프로 구단의 경우 9명의 2차 지명권을 모두 행사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4∼5라운드에 걸친 선수를 선점하기 위한 대학 감독들의 눈치작전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눈치작전이 고교 감독들에게 달가울 리 없다. 잘 키운 제자들이 50만 청년 실업에 동참하는 것을 지켜 보자니 가슴이 아플 수밖에. 특히 프로에 지명되고도 계약하지 못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대학에 진학하게 된 선수들의 경우를 보자면 더욱 그렇다. 대학 감독들이 프로에서 지명한 선수는 프로에서 소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이에 대해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어차피 제도가 이렇게 된 이상 야구에 전념하려는 학생은 프로로 직행하는 것이 낫다. 대학 감독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야구는 아마 야구로서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최상”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대학 감독들의 스카우트 전쟁은 쉽게 끝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최혁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