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이후 개인 통산 80승을 거둔 다음 날, 이전보다는 한결 개운해진 얼굴로 나타난 염종석과의 시원한 인터뷰 내용을 소개한다.
이병훈(이): 먼저 축하한다. 와, 어제는 정말 완벽한 피칭을 하더라. 정말 멋진 경기였다.
염종석(염): (얼굴 가득 웃음꽃을 피우며) 행님, 고맙심데이. 이게 다 행님 덕분아닙니꺼. ‘생생 인터뷰’가 완전히 행운의 인터뷰였심더. (말투를 금세 바꾸며) 어제는 완급 조절과 코너웍이 제대로 먹혀들어갔어요.
이: 하여튼 나랑 인터뷰한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니 덩달아 기분 좋아진다. 그건 그렇고, 종석이 네가 몇 년도 신인왕이지?
염: 92년 17승하고 신인왕 먹었어요.
이: 17승을 거두려면 상당히 무리했을텐데 그 당시 팔이 아프진 않았니?
염: 사실 그때 좀 무리했었죠. 그래서 9월 한 달 동안 (팔꿈치가) 아파서 쉬다가 후반기에 딱 한번 선발 등판한 뒤 1승만 추가하고 시즌을 마쳤어요.
이: 그때 너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슬라이더를 너무 많이 던진다고 평가했었는데….
염: 네. 사실이죠. 타자들이 제 슬라이더를 거의 건드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 많이 던지게 됐었죠.
이: 그래서 결국 수술대에 오르게 된 거잖아.
염: 95년 방위 복무하면서 부산 홈경기 때만 잠깐씩 등판했었는데 훈련은 부족한 데다 무리해서 던지는 바람에 결국 팔꿈치 수술을 하게 됐어요.
이: 그후 또 다시 수술한 걸로 알고 있는데.
염: 99년 똑같은 부위를 다시 했어요. 그때는 상태가 심각했었죠. 원래 초등학교 때부터 팔꿈치가 좀 아팠어요. 관절성형수술까지 했을 정도예요. 뼈끼리 부딪히는 심각한 병이었죠. 그게 프로 와서 무리하다보니까 재발한 거죠.
이: 너 신인왕 먹고 그해 겨울에 방송 출연도 꽤 많이 했었지 아마?
염: 하하, <자니윤 쇼>에도 출연했다니까요. 다양한 오락 프로그램으로부터 엄청난 출연 섭외가 들어왔더랬어요. 가히 ‘염종석의 전성시대’였었죠.
▲ 롯데 염종석(왼쪽)은 “타자들의 파워를 역이용할 정도로 노련해졌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오른쪽은 이병훈 LG 해설위원.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염: 95년 방위 복무중에는 거의 놀다시피 했었어요. 운동도 열심히 안했고 타자들 연구도 거의 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성적이 안 나오니까 무리해서 던지다 팔꿈치가 맛이 간 거예요.
이: 요즘은 스피드가 안 나오는 거냐? 아니면 일부러 안 내는 거냐?
염: 이제는 스피드보다 강약 조절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요즘 타자들 파워가 장난 아니잖아요. 그래서 그걸 역이용하는 거죠. 노련해졌다는 증거입니다.
이: 그럼 완투해도 끄떡없겠네?
염: 사실 투구 수가 90개가 넘으면 팔에 신호가 와요. 그때부터 짬(요령)으로 던지는 거예요.
이: 별명이 ‘애늙은이’로 불리는데 무슨 사연이라도 있니?
염: 신인 때부터 저희 집이 많이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제가 어릴 때부터 가장 역할을 했어요. 그러다보니까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였나 봐요. 아버님이 제가 중1 때 돌아가셨거든요.
이: 요즘 재기를 한 거냐? 아니면 재기중인 거냐?
염: 재기한 거 맞아요.
이: 생활 터전이 부산이라 생선회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겠네?
염: 아니에요. 저는 생선회보다 육류를 더 좋아해요. 회는 누가 먹자고 하면 따라가서 젓가락질만 할 뿐이에요. 술도 체질상 무지 쎈 편인데 이제는 부상 걱정 때문에 거의 입에 안 대고 있어요.
이: 언제 한번 나랑 술 한잔 하자.
염: 에이 안 마셔요. 시즌 끝나고 부산에 오세요. 1차는 회 먹고 2차는 고깃집에서 한 턱 쏠게요.
이: 부인은 어디 사람이냐? 언론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것 같은데….
염: 한국 사람이에요. 하하. 농담이예요. 부산 사람이고 초등학교 때 저랑 같은 반이었죠. 그런데 99년 친구 결혼식 때 우연히 다시 만난 거예요. 정말 괜찮은 여자라서 제가 사정없이 대시했죠. 지금에서야 밝히는 건데 제가 초등학교 때 짝사랑했던 여자였어요.
이: 아이도 있을 테고 이젠 어엿한 가장이 됐겠네.
염: 10개월된 아들이 있는데 저를 닮아서 체격이 당당해요.
이: 10개월된 애가 당당해봐야 얼마나 당당하것냐.
염: 어머님 말씀이 저 어렸을때 보다 더 건강하답니다.
이: 더 했다가는 팔불출 소리 들을라. 이제 마무리하자.
염: 이 염종석이 아직 죽지 않고 건재하다는 걸 확실히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롯데를 반드시 우승시킬 것입니다. 한 번만 더 믿어주세요. ‘부산 갈매기’의 위력과 그 실체를 확인시켜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