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파주 NFC에서 본프레레 감독이 대표팀 선수들을 ‘조련’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
네덜란드 출신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히딩크 감독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본프레레 감독의 독특한 훈련, 생활 스타일과 잘 알려지지 않은 ‘과거’에 대해 알아본다.
히딩크+쿠엘류=본프레레?
쿠엘류 감독에 이어 본프레레 감독을 보좌중인 대표팀의 언론 담당관, 이원재 축구협회 차장은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지만 성격도 있고 고집도 세 보인다는 느낌을 전했다.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등 내성적인 성격에 대해서도 토를 달았다.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 26일 청소년축구대회가 있던 부산으로 갈 때 비행기를 타지 않고 자동차로 이동했다. 이 차장은 “비행기 예약까지 해놨었는데 감독님이 갑자기 자가용으로 이동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부산까지 6시간 넘게 걸려 피곤할 거라며 만류했지만 그 정도면 괜찮다면서 ‘그보다 더한 장거리 여행도 하는데 무슨 소리냐’고 끝내 항공기 탑승을 거절하셨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은 내심 편하게 비행기를 탔으면 했지만 끝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본프레레 감독에게 두 손을 들고 말았다. 또 절약 정신이 몸에 밴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감탄도 이어졌다.
부산의 한 호텔에 도착해서는 “저녁 식사는 알아서 할 테니 내일 낮에 만나자”고 말한 뒤 호텔방에서 나오지를 않았다고 한다. 함께 식사 하면 좋을 텐데 감독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본프레레 감독은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도 저녁 식사를 한 뒤에는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이 차장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훈련할 때는 히딩크 감독보다 카리스마가 있어 보이고 쉴 때는 쿠엘류 감독보다 자유주의자인 것 같다”며 두 감독의 장점을 모두 지녔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맘씨 좋은 아저씨는 잊어버려
지난달 23일 인천공항에서 처음 만난 본프레레 감독은 취재진의 카메라를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숫기가 없었다. 하지만 본프레레는 곧 본색을 드러냈다. 그는 파주에서 소집된 대표팀 선수들을 휘어잡았다. 선수들이 볼 처리를 조금이라도 더디게 하면 “그럴 거면 집에 가라. 우리는 동네 축구 클럽이 아니다”며 다그쳤다.
네덜란드의 안 좋은 추억
본프레레 감독이 한국 감독에 선임됐다는 소식을 들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축구계는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벨기에에서 축구 에이전트로 활약 중인 교포 A씨는 “벨기에 질(Geel)클럽은 2부리그였는데 80년대 후반 감독이었던 본프레레는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잘 안 듣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유럽 기자들은 본프레레 감독을 잘 모른다. 친분이 있는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나이 많은 축구 기자들도 본프레레가 어떻게 한국에 가게 됐냐고 물을 정도”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히딩크 감독도 본프레레 감독에 대한 말을 조심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최근 축구협회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본프레레 감독에 대해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글쎄(Maybe)”라고 말했다. 같이 지도자 교육을 받은 동기라면 덕담이라도 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내가 더 당황했다”고 밝혔다.
패션? 난 그런 거 몰라
한국에 온 지 20일이 다 됐지만 본프레레 감독이 정장을 한 적은 귀국 당일 딱 한번이었다. 그 이후 본프레레 감독은 양복 바지에 셔츠 차림이었다. 주위에서 ‘여름 교복’이냐고 농담을 건넬 정도로 패션과는 담을 쌓은 듯하다. 히딩크 와 쿠엘류 감독이 온몸을 명품으로 감싼 점을 감안하면 서민풍의 본프레레 감독은 의외다.
정몽준 축구협회회장과 첫 식사 자리에서도 또 고 김선일씨를 조문하러 갈 때도 ‘여름 교복’은 변함이 없었다. 주위에서는 그가 큰돈을 벌지 못했고 지난 1년간 백수로 지냈기 때문이 아니냐 면서도 그의 수수함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대표팀 소집 이후에는 ‘여름 교복’을 운동복으로 대체했다. 본프레레 감독이 양복 입은 모습은 10일 광주에서 열리는 바레인과의 평가전이 돼야 가능할 듯하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