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습중인 라경민 선수. | ||
2004아테네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는 태릉선수촌의 배드민턴 훈련장은 대표선수들보다 대표선수들을 도와주는 꿈나무 예비 국가대표 선수들의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먼저 몸 전체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김중수 감독으로부터 복장 검사(?)를 받았다. 위아래를 훑어보던 김 감독은 기자의 신발을 보더니 난색을 표했다. 일반 운동화는 코트를 긁을 수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것. 다행히 여분의 배드민턴 전용 신발이 있어 바꿔 신고 코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볍게 몸 좀 푸시라”는 김 감독의 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셔틀콕이 넘어왔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말 그대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어느 종목보다 친근한 배드민턴을 체험하면서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맴돌았다. 너무 쉽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다른 종목에서 엄청나게 혹사(?) 당했던 ‘상처’를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열심히 배드민턴 채를 휘둘렀다.
하지만 10분 정도 지나자 마침내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가볍게 툭툭 쳐 넘겨주는 선수와 입가에 침이 고일 정도로 ‘헉~ 헉~’ 거리는 기자 사이에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노련한 선수가 코트 여기저기로 셔틀콕을 넘기며 쉽게 말해 기자를 ‘뺑뺑이’ 돌렸다고나 할까.
단순히 몸을 푸는 차원에서의 훈련이었을 뿐인데도 온몸이 땀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김동문·라경민이 진지하게 임하는 풋워크 훈련을 따라했다. 실제 셔틀콕 없이 가상으로 네트 앞에서 셔틀콕이 떨어지는 것을 연상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는 훈련이었다. 마치 판토마임을 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 김미영 선수와(오른쪽) 일전을 벌이는 기자.(왼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충분히 눈으로 실전 감각을 익힌 뒤 꿈나무 예비 국가대표 선수인 김미영(대구제일여자정보고)과 살 떨리는 일전을 벌였다. 11점 1세트로 치르는 시합에서 1점이라도 따는 게 기자의 ‘소박한’ 목표였다.
‘하수 먼저’라고 했던가. 서브를 하라며 셔틀콕이 넘어왔다. 하지만 바로 서브권을 넘겨준 이후 다시 가져오기가 쉽지 않았다. 4-0…7-0으로 스코어가 거듭될수록 팔은 무겁고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클리어 대결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헤어핀이나 드롭샷을 도저히 받아낼 재간이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애꿎은 신발 끈을 건드리며 ‘타임’을 일방적으로 불러 숨을 돌리기도 해봤는데 결국 단 2번 서브권을 가져온 것을 빼고는 완패였다. 최종 스코어 11-0. 2번의 서브권도 제대로 맞추지 못해 마치 드롭샷을 친 것 같은 행운(속칭 ‘삑사리’)이 따르면서 겨우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김 감독은 “1천개가 넘는 헌 셔틀콕으로 막무가내로 던져 받아 올리는 ‘집중훈련’을 하게 되면 다시 한번 초대하겠다”면서 “배드민턴은 시합보다 오히려 연습 과정이 더 힘든 운동”이라며 선수들의 땀의 가치를 설명했다.
‘영광의 상처’ 없이 무난한 체험이 될 거라고 자신했던 배드민턴 대표팀과의 한판도 역시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각인될 것만 같다. 그 좁은 코트를 쉴 새 없이 움직이다 보니 결국 왼쪽 발목을 삐는 불상사를 안고 말았다. 오늘도 체험이 끝난 뒤 기자가 문을 두드린 곳은 ‘그’ 한의원이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