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의 싸빅(왼쪽), 포항의 산토스 | ||
용병들이 국내 선수들이 클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는 것. 후배들을 위한 고참 선수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2004년 현재 K리그에는 모두 46명의 용병이 활약중이다. 광주 상무를 제외한 12개 구단에서 평균 3.83명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연맹은 현재 용병 5명 보유에 3명 출전을 허용하고 있는데 용병이 국내 프로축구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쳤지만 신태용의 말처럼 국내선수들을 죽이는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용병 쿼터제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알아본다.
선수와 감독들은 개인기와 기술이 뛰어난 용병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과외 수업도 없다고 말한다. 비디오를 통해서 개인기를 익힐 수 있겠지만 바로 눈앞에서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브라질 선수를 보는 게 훨씬 확실한 수업이 된다는 것.
포항의 최순호 감독도 “지난 85년과 86년 포항에서 함께 뛰었던 브라질 출신 호샤라는 선수가 인상적이었다”면서 “호샤의 플레이를 보고 내 것으로 접목하려 했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또 “포항에서 지금 뛰고 있는 산토스는 기량뿐 아니라 생활적인 면에서도 모범”이라고 칭찬했다. 산토스의 자기 관리를 국내 선수들이 보고 배우는 등 산토스야말로 ‘보물’ 같은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수비수인 산토스의 가세로 수비가 안정된 포항은 올 시즌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최 감독은 “산토스는 특히 운동이 부족하면 알아서 운동량을 늘리고 몸이 좋지 않으면 운동 시간을 줄이는 등 자기관리가 철저하다”고 산토스에 대한 흡족함을 거듭 표현했다.
성남에서 뛰고 있는 싸빅은 팀에서 ‘분위기 메이커’로 꼽힌다. 크로아티아 출신인 싸빅은 최근 귀화 시험에 합격해 한국인으로 거듭날 정도로 한국 사랑이 남다르다. 한국어 공부도 열심히 해 한국어로 대화가 가능한 싸빅은 기술적인 면은 떨어지지만 팀 융화 기여도는 웬만한 한국 선수 못지않다는 게 차경복 감독의 설명이다.
부산의 노정윤은 용병 수입으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5명을 선발할 거액의 돈으로 우수한 국내 선수를 뽑는다면 장기적인 한국의 축구 발전에도 힘이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또 구단들이 단기적인 효과에 집착하는 나머지 용병 수입에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유소년 축구에 대해선 육성을 등한시하거나 무관심하는 등 병폐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은 아예 유소년 프로그램이 없어 축구계 내에서도 비난을 사고 있다. 성남은 수십억원을 들여 거물 용병 수입에는 앞장서지만 유소년 육성은 계획조차 세우지 않고 있다.
또 용병이 자기 관리에 실패하면서 팀 분위기를 저해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최근 인천에서 일본으로 이적한 터키 출신 알파이 외잘란이 대표적이다. 외잘란은 터키 국가대표 출신이라고 과시하면서 팀 훈련에도 참가하지 않고 선수들과 불화를 일으켰다. 신생팀인 인천은 첫해부터 내부의 적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또 매끄럽지 못한 용병 거래로 인한 잡음도 문제다. 용병을 사고팔면서 검은돈이 오가고 이 문제가 불거져 물의를 빚기도 한다.
프로축구연맹은 2005년부터 용병 보유를 4명으로 줄인다. 국내 선수 보호를 위한 조치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일본 J리그처럼 3명 보유까지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격수 포지션에 치중되는 용병들로 인해 국내 선수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는 점이 제기되면서 골키퍼 부문처럼 공격수 포지션에 대한 제한도 검토중이다.
지난 99년부터 골키퍼에 대한 용병수입이 금지돼 러시아 출신의 샤리체프는 신의손이란 이름으로 귀화하기도 했다. 포항의 골키퍼 김병지는 “골키퍼에 대한 용병 사용을 금지하면서 김영광 같은 젊은 선수가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눈앞의 승리만을 위해 골키퍼 용병을 수입했더라면 어느 누가 국내 골키퍼를 육성했겠느냐는 설명이다. 많은 선수들은 이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격수에서도 용병들의 제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