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요즈음 저희 아빠는 매일 피켓을 들고 나가십니다. 오늘은 추위가 한풀 꺾여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추위가 맹위를 떨칠 때는 정말이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엄마는 틈만 나면 눈물을 흘리십니다. 당신은 이미 살만큼 살아서 괜찮지만 우리들이 걱정된다고 하시면서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됩니다. 왜 굳이 주민들이 불안하다고 하는 수돗물을 공급하려고 할까요.
정말 어른들의 세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커넥션이라도 있는 것인가요. 그렇지가 않다면 지금 이 상황은 더더욱 납득이 안 됩니다.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문제로 인해 제가 사는 이곳 기장군은 어른들끼리 서로 패가 갈려 마찰을 빚고 있습니다.
전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찬성하는 어른들도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엄마와 아빠의 영향 탓이겠지요. 하지만 그 이전에 그 분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럽기 때문입니다.
찬성하는 아저씨들 몇 분은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돈도 꽤 받으셨다고 하네요. 비록 회의참석 수당 등등해서 정당한 명목으로 지급된 돈이라지만, 돈을 받고 수돗물 공급에 찬성한다는 게 어린 저로서는 결코 좋아 보일 리가 없습니다.
아빠는 며칠 전에 공개토론회에도 다녀오셨지요. 회의를 마치고 오신 아빠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습니다. ‘부산시의 입장이 전혀 변한 게 없다’는 게 아빠가 혼자 내뱉으신 푸념이셨지요.
이제 아빠는 주민투표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하시네요. 하지만 아빠는 이마저도 걱정이라고 하시네요. 부산시 등이 어떠한 방해를 할지도 모른다고 하시면서요.
아빠 말씀으로는 다행히도 부산시의회와 부산시민단체 원로들이 우리 입장에 귀를 기울여주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아빠는 이것만으로 아직 부족하다고 하십니다.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시면서요.
오늘도 저희 아빤 추운 도로 위에서 저희를 위해 피켓을 들고 서계십니다. 저로서는 날이 더 이상 춥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사진제공=기장해수담수반대대책협의회)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