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응은 지난 10일 최희섭과의 맞대결에서 2점 홈런을 맞은 뒤 경기를 수차례 다시 봤다고. 애초 생각과 다르게 공이 중앙으로 들어갔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 ||
여행에서 돌아온 오늘(14일) 셰이스타디움에 나가 불펜 피칭을 하며 구위를 가다듬었습니다. 올시즌 내 인생을 가르는 중요한 시험 무대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이죠. 아트 하우 감독이 무슨 생각에서인지 1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하라는 지시를 내렸어요(서재응의 등판 일정이 17일과 20일을 오락가락하다 결국 17일 등판, 호투했음에도 5승 재도전에 실패했다).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감독한테 신뢰할 만한 투구 내용을 보이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조기에 절 등판시키시는 걸 보고 좀 뜻밖이었어요. 내심 감독의 의중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사실 7월은 저한테 아주 중요한 시기예요. 7월 말까지가 트레이드 시한이기 때문에 조만간 또 다시 저와 관련된 트레이드 문제가 논의될지도 모르거든요. 팀에 남든, 다른 팀으로 이적을 하든 ‘물건’이 좋아야지 당당한 모습으로 옮겨 다닐 수 있는 거잖아요.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전 금방이라도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될 것만 같았어요. 구단으로부터 확실한 언질을 받진 못했지만 왠지 분위기가 꼭 그럴 것 같았거든요. 솔직히 선수 입장에선 머물던 곳에 있고 싶지 다른 곳으로 움직이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새로운 팀 분위기와 선수, 포수와의 호흡 맞추기, 코칭스태프들과 적응하는 시간들이 의외로 힘들고 스트레스를 줄 수도 있으니까요. 잘 던져서 팀에 꼭 필요한 선수가 되는 것만큼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한국에선 지난 10일 (최)희섭이와 제가 맞대결을 벌인 걸 두고 말들이 많았다면서요. 물론 제가 그 친구의 홈런 덕분(?)에 5승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잊을 수 없는 좋은 경기였어요. 희섭이는 타자라 어떻게 해서든 제 공을 쳐야 하는 입장이고 전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희섭이를 내보내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잖아요.
그날 전 희섭이가 체인지업을 노리고 들어올 거라고 예상을 했어요. 체인지업은 제 주무기이기도 해서 피하지 않고 맞대결을 하되 공을 약간 빼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게 탈이었어요. 많은 생각으로 인해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되었고 결국엔 던지고자 하던 곳으로 공이 안가고 중앙으로 향했던 거죠.
나중에 비디오를 보고 또 봤습니다. 물론 희섭이한테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글러브를 치며 아쉬움을 표한 명장면(?)도 있었지만 제가 던진 공의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가슴을 쥐어뜯었습니다. 희섭이는 자신한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선구안이 있었고 전 너무 머리를 굴린 나머지 오히려 역습을 당하는 아픔을 맛본 것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제가 홈런 2개로 맥을 못춘 그날, (김)선우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홈런 2개를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이죠. 사실 그 경기 전날 선우랑 통화하면서 서로 잘해 보자고 격려를 했었는데 격려가 무색하게 똑같이 홈런 2개로 마운드에서 내려올 줄 누가 알았겠어요? 우리 두 사람을 보고 주현이가 뭐라고 한 줄 아세요? ‘친구는 용감했다!’ 하하.
일기를 통해 팬들을 만나는 기분은 또 다른 느낌을 전해 주네요. 잘 던지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굴뚝 같지만 설령 부진하고 실망스런 모습이 눈에 띈다 해도 너무 비난만 하지 마시고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박수 친 만큼 저 또한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뛰고 또 뛸 것입니다.
7월14일 뉴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