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언론을 통해 언뜻언뜻 비춰졌던 이 전 차관을 직접 만나기전, 뭔가 빈틈없을 것 같고 차가울 것 같다는 선입견을 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은 몇 마디 나누지 않은 대화 속에서 금세 녹아 사라져 버렸다.
평범해 보이지만 이마에 깊이 페인 주름이 인상적인 남자, 첫 만남에서 이웃집형님 같은 털털함으로 다가와 쑥 내민 손에는 오래된 벗에 버금가는 친근함이 베여있었다. 공무원 이호영(57세)이 국가에 헌신하며 살아온 열정의 세월과 그가 꿈꾸며 그리는 미래의 자화상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뒤돌아보지 않는 거죠… 아쉬움, 배신, 좌절, 아픔, 이별, 고통 등 그리고 웃는 얼굴이죠! 요렇게 쌩긋~ㅋㅋㅋ 성공했기 때문에 웃을 수 있고 웃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겠죠! 또~ 친구들! 나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하는…제게는 그런 친구들이 많습니다. ㅎㅎㅎ
생뚱맞은 질문에도 유머러스한 어투로 척척 답을 해내는 천연덕스러움과 상대를 배려하는 말투에서 오랜 세월 공무원으로 쌓아온 경륜을 느낄 수 있었다.
진흙탕보다 더 엉망인 정치계에 어울리지 않을 듯 평범함과 진솔함이 묻어나는 사람, 어쩌면 시골 촌부보다 더 순박한 성격을 많이 지닌 사람,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하얀 도화지 같다고 할까… 새로운 분야에 발을 내딛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하물며 대한민국 정치판에… 설렘과 긴장, 기대와 실망을 끝없이 겪어야 하는 살얼음판과도, 사막과도 같은 삭막한 정치판에 그가 도전장을 내밀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찌하여 저처럼 순박한 사람이 정치계에 발을 들이려 하는지 짧은 만남이라 많은 부분을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 길지 않게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인간 이호영을 분석해 봤다.
정치에 뜻을 두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글쎄요… 지인 한 분이 말씀하시길 “국가의 녹을 받으면서 쌓아온 경륜과 재능은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썩혀서는 안 되며 국가를 위한 일에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국가에 마지막 충성하는 방법”이라는 고언(苦言)을 하셔서…
사실 저는 28년의 공무원생활 중에 수많은 정치인들과 만나왔습니다. 공직을 시작할 때쯤에는 정말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는 청백리도 있었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여러 분야에 실무능력이 탁월한 분들도 많이 봐왔습니다. 정치인이 존경 받던 시절이 있었지요.
하지만 요즘 정치는 국민을 위한 정치라기보다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정치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외인 분들도 많이 있지만…우리나라가 이래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을 하던 중 훌륭한 선배 정치인들에게서 배운 노하우를 국민을 위한 일에 한 번 적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결심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의 말대로 이전차관은 20여 년의 공무원 생활을 총리실 사회문화정책관, 의전관, 사회통합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러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국가의 수많은 갈등을 조정하는 중추적 역할을 척척해 내 왔다. 또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 정책수석실 행정관, 국무조정실 의정심의관 등 대한민국 최고의 요직을 거치면서 실무적 정치 감각도 자연스레 익혀왔다. 이 전 차관은 ‘충성 되고 지혜로운 일꾼에게는 주인이 큰일을 맡긴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다며 지역민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에둘러 갈망하기도 했다.
훌륭한 정치인이란?
정치인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정책과 방향을 제안하고 동시에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치인 자신만의 미래를 위한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나 국가의 미래를 생각지 않는 포플리즘 정책의 남발은 국가와 국민을 모두 공멸하게 만드는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선당후사란 말이 자주 나오는데, 그것도 국민의 공감을 얻고 난 후에나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국민과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 나아가 국민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훌륭한 정치인이 될 자질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겠죠!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불신이 심각한데?
무조건 정치권을 불신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정책에도 찬성과 반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것으로 정치가 발전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인기영합주의나 포플리즘의 남발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나 마찬가지죠 맹독을 가진 뱀이나 꽃이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치명적이죠 당한 후에 정신을 차려봐야 그 손해를 만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기보다는 넘어지기 전에 지팡이를 짚는 지혜가 필요하겠죠! 결자해지란 말처럼…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도 국민이고 정치인이 하는 말도 국민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니 누워서 침 뱉는 결과가 없도록 애초에 국민이 잘 선택 하셔야 합니다.
저성장 저물가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전략은?
저성장의 추세가 장기화 될 조짐이 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경기적신호가 감지되고 있는데도 경제활성화법안은 표류하며 정치적 모순만 양성하고 있죠 성장 복원에 대한 막연한 기대보다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한 형태로 받아들이며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국가 뿐 만 아니라 기업의 경영체질 등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개방적인 마음으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고향에 오셔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면?
다른 예비후보들 보다 조금 일찍 지역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선배님들, 친구들, 동생들 또 형수님, 제수씨들까지 삭막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근감으로 진한 정을 나누었고 지역의 낙후된 실정도 많이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도 지역을 위한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던 지역민들의 지역을 위한 한 마디 한 마디가 제게는 큰 재산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지역을 위한 밑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선거구 획정에 대한 의견은?
지역정서, 생활권, 문화권 등 농촌의 실정을 너무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많은 도시에 비해 인구는 적지만 지역이 넓은 농촌 선거구의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끼니 때울 시간도 없이 뛰어 다니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은 경우도 있죠. 또 정이라는 특수한 감정으로 뭉쳐진 지역을 갈라놓는 것은 부부의 이혼을 종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의령함안합천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국회의원이 없다는 것만으로 통폐합을 당한다면 지역민의 자존심은 심하게 타격 받을 것입니다.
이 전 차관의 고향은 의령군 정곡면 오방리의 한 작은 마을인데 풍수지리학자들은 이곳을 지형지세가 뛰어나 큰 인물이 태어난다는 사정사강 합행의 맥이 많은 곳이라 설명한다. 그래서인지 4형제가 모두 사법, 행정, 외무고시에 합격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조상의 은덕과 지역민의 사랑어린 관심으로 그가 바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지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이호영 전 차관은 대한민국 행정통의 마당발로 알려진 사람이다. 하지만 제32대 국무총리비서실장(정홍원 국무총리)을 역임한 후 2015년 10월 미련 없이 낙향했다.
신윤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