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도 대표팀 김광훈 장미란 송종식 선수(왼쪽부터)가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위). 염동철 코치 앞에서 20kg짜리 바만 들고도 중심을 못 잡고 무안해 하는 기자.(아래) | ||
새신랑이 된 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가급적 허리에 무리가 가는 종목은 도전을 피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결국 바벨을 들고 부들부들 온 몸을 떨며 마치 벌 받는 듯 만세 동작만 거듭 반복한 살 떨리는 체험 현장을 소개한다.
힘 좋은 ‘장사’들만 하는 운동이 역도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고정관념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경량급과 중량급에 따라 선수들의 체형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지만 순간 동작에서 보이는 민첩성과 경쾌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날쌘돌이’ 그 자체였다.
원활한 체험을 위해서는 훈련장의 분위기 파악이 급선무다. 아무래도 기술보다는 요령(?)이 앞서는 기자로서는 눈치가 빨라야 어설프게 흉내라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슬링 체험에서처럼 쫄쫄이 유니폼에 대한 부담은 “연습인데 편하게 입고하자”는 이형근 감독의 배려에 따라 덜 수 있었지만 150~200kg 사이의 묵직한 바벨이 여기저기서 번쩍번쩍 올라갔다 내려오는 모습을 보며 ‘웬만큼 들어서는 본전도 못 뽑겠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 메달 기대주 이배영 선수가 ‘금바벨’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 ||
‘저걸 어떻게 따라해야 하나’는 조바심을 갖고 있는 기자에게 체험 트레이너로 나선 염동철 코치가 “운동 좀 하셨어요?”라며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바를 건넸다. 본격적인 체험에 앞서 염 코치는 “신체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파워가 담긴 순발력이 최우선시 된다”면서 “기구를 자신의 몸과 동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밸런스가 힘보다도 더 중요한 관건”이라며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설명했다. 즉, 힘만으로 단순하게 밀어붙여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기본자세를 연습하기 위해 들고 있는 바의 무게만 20kg. 여자는 이것보다 5kg이 가볍다고 한다. 한 번에 머리 위까지 끌어올리는 인상은 부상 위험도 있고 해서 바벨을 일단 어깨높이까지 들어 올린 후 반동으로 머리 위까지 들어 올리는 용상에 대해서 집중 체험하기로 했다.
그냥 바만 팔꿈치를 접어 가슴 위까지 올리는 동작을 취했다. 아무 것도 달려있지 않은데도 중심을 잡지 못해 바가 춤을 췄다. 머리 위로 번쩍 올리는 동작에서는 앞뒤로 내뻗는 발이 말 그대로 “쩍” 소리를 낼 정도로 재빠르게 취해야 하는데 영 어색했다.
▲ 나 자신과의 싸움 40kg짜리 바벨을 잡고 심호흡을 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이 자못 비장하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마지막 자세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을 당하고 다시 재도전했다. 바벨을 들었을 때 양팔은 귀와 나란한 위치에 있어야 하며 옆에서 보면 마치 바벨이 머리 뒤로 넘어가는 것처럼 양팔과 양다리를 쭉 뻗어야 했다. 자세를 제대로 배운 것까지는 좋았는데 견디기는 훨씬 더 힘들었다.
양발이 동일선상에 있고 몸 전체가 완전히 부동자세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카운터를 해야 할 염 코치는 아무런 말이 없다. “그렇게 부들부들 떨면 카운터 해 줄 수 없다”는 야속한 말에 “그럼 언제까지 들고 있어요”라며 반항(?)하는 기자. 돌아온 대답은 “아마 시합에서 그렇게 말한다면 심판이 내리라고 할 때까지 들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지켜보던 선수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결국 이를 악물고 30분 같은 3초를 버텨 해방될 수 있었다.
이후 조금 더 무게를 올려 도전했지만 이미 허벅지 근육이 풀려버린 기자는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어올린 40kg을 역대 최고(?) 기록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