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의 선수를 임대해 오며 몸값을 부풀리거나 이적료, 임대료, 수수료를 나눠먹는 수법으로 이뤄진 비리가 횡행했음에도 그동안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철저한 개인간 거래로 비밀이 지켜졌기 때문이다. 구단도 구단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전남 드래곤즈의 사례를 통해보면 구단의 살림이 한 개인에게 맡겨지면서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비리가 자행됐다. 에이전트와 구단 관계자가 담합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거래였다. 특히 전남 드래곤즈의 내부 문건에 의하면 용병 장사는 구단에 대한 모기업의 감사가 소홀한 틈을 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구단 전 사무국장 P씨의 횡령 혐의 내용과 지난 22일 전남 구단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들, 그리고 자칫 묻힐 뻔했던 이번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배경 등에 대해 알아본다.
준 사람 있는데 받은 사람은?
전남구단이 전 사무국장 P씨에게 가장 큰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은 P씨가 구단에 선수이적료와 임대료, 또 에이전트 수수료 등에 대해 품신을 올린 상대와 실제 돈이 송금된 당사자가 다르다는 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96년 전남에서 뛴 디아스에 대한 에이전트 수수료 3만8천달러(당시 한화 3천만원)를 P씨는 에이전트 C씨에게 송금하겠다고 구단에 보고했다. 하지만 실제 송금은 P씨의 개인 통장으로 이뤄졌다. P씨는 에이전트의 편의를 봐줬다고 주장하지만 쉽게 납득이 안된다. 온라인상으로 송금하면 간단한 문제를 굳이 P씨의 통장으로 받아 다시 에이전트에게 건넸다는 게 이해가 안되는 것.
이런 사례는 한두 건이 아니다. 디아스와 같은 해 전남에서 4경기만 뛴 러시아 출신 슈마로프의 에이전트 수수료 5만달러(당시 한화 4천만원)도 구단에 보고한 내용과 달리 P씨의 개인통장으로 송금됐다. P씨는 이 돈을 다시 수표로 나눠 구단의 경리직원에게 찾아오게 했다. 이 직원은 P씨의 행위가 의심스러워 수표발행은행과 수표일련번호까지 적어놓았다.
하지만 P씨는 직원에게 수표로 돈을 찾아오라고 한 적도 없고 직원이 자신을 음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남구단이 22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P씨를 고발했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뒷거래·탈세 의혹 줄줄이
선수선발에 관한 가장 큰 권한은 감독이 지니고 있다. 아무리 사무국 직원과 에이전트가 담합을 한다고 해도 선수선발 결정권을 쥐고 있는 감독이 거절하면 소용이 없다. 따라서 P씨가 용병 수급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진다면 이전 감독들은 도의적인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에이전트와의 뒷거래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남구단은 자신들이 밝힌 서류상의 명백한 증거 외에 에이전트가 받은 돈의 일부를 P씨가 나중에 따로 받아 챙겼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세금탈루 부분도 앞으로 밝혀야 할 내용. 프로구단이 외국인 용병을 들여올 경우엔 이적료의 27.3%를 원천징수세로 세무서에 납부해야 한다. 그러나 전남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원천징수세를 내지 않았다. 그렇게 탈루한 액수만도 19억여원이 넘는다. 그런데 P씨는 이를 절세라고 반박한다. 세무서에서 보면 탈세이지만 P씨는 이를 절세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하지만 전남의 모기업인 포스코가 전남구단에 세금을 포함한 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P씨가 정말 절세를 했다면 본사에 세금을 되돌려줘야 하지 않느냐는 반문에는 말을 얼버무리고 있다.
프로구단 전체로 조사 확대
지난해 성남일화축구단의 운영국장을 맡고 있던 김아무개씨가 구속됐다. 용병들의 월급을 착복하고 에이전트로부터 용병을 받아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2천5백만원을 받은 혐의. 밝혀내기 쉽지 않았던 이 사건은 돈을 준 에이전트의 양심고백이 있어서 가능했다. 김씨 사건은 프로축구계에서 처음으로 용병수입과 관련된 비리로 사법처리가 이뤄진 사례다. 하지만 당시 프로축구계에서는 이 사건을 김씨 개인 비리로 단순하게 취급했다. 실제 성남일화는 구단의 모든 장부를 검찰에 압수당했지만 별다른 혐의를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에이전트와 축구계 인사들은 이번에 프로축구계의 고질적인 검은돈 거래가 근본적으로 척결되기를 바라고 있다. 한 에이전트는 “선수 영입과정에서 생기는 비리를 캐보면 마치 고구마 줄기 같을 것”이라며 “에이전트 일을 하기 위해서는 나도 때가 묻어야 한다는 자괴감이 들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번 일로 인해 프로축구계는 벌집 쑤셔 놓은 분위기. 검찰이 프로축구단 전체로 확대 조사할 예정이라고 알려지자 더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P씨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까지 불똥이 튈 수도 있어 벌써부터 축구계에서는 ‘주연과 조연’ 역할을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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