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굳히고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
이번 선거운동을 총지휘하게 될 선거대책본부장도 이미 내정 단계에 들어섰을 정도로 강 전 장관의 선거 준비는 진도가 나간 상태다. 예비 캠프 측이 선대본부장으로 지목한 인물은 재선의 김영춘 의원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강 전 장관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선대본부장 요청을 받았고 김 의원도 수락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일단 “강 전 장관과는 각별한 친분도 없고 선거 준비에 필요한 조언을 해주는 수준”이라며 ‘선대본부장 내락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냈고 지난 2004년 4·15 총선에서 서울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선거를 치른 경험이 있다”며 “능력과 조건으로 본다면 서울시장 선거대책본부장으로서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강 전 장관이 김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낙점했다면 ‘친분’보다는 능력과 이미지를 높이 샀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당의장 경선 과정에서 노 대통령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뚜렷한 각을 세웠다. 또 한나라당 출신이어서 열린우리당 색채가 강하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의 이러한 이미지가 득표에는 오히려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초 강 전 장관 예비캠프 내에서는 현재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인태 의원을 선대본부장으로 세우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참여정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고 강 전 장관이 추구하는 이미지와는 맞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밀려났다는 후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아직 물밑에서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 의원 측은 “아무래도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으니까 서로 협의해야 할 사항이 많을 것”이라며 “(유 의원이) 강 전 장관과는 오래전부터 잘 아는 사이여서 편하게 여러 가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 측은 기본적으로 ‘열린우리당 후보’가 아니라 ‘서울시민의 후보’로 유권자에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열린우리당 간판을 강조하면 한나라당 지지자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강 전 장관의 인기와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 김영춘 의원 | ||
강 전 장관 측은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이후 당의 조직적 지원은 받겠지만 구체적인 선거운동의 내용은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열린우리당과는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더라도 선거운동은 당이 아닌 캠프에서 주도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강 전 장관측이 정한 이번 선거의 키워드는 ‘문화’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의 정쟁에 지쳐 있는 유권자에게 정치가 아닌 문화라는 코드로 다가서겠다는 전략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당이 이번 선거의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부패한 지방권력 교체론’은 강 전 장관에게는 ‘무의미’하다. 대신 문화·예술·생활·웰빙 등을 중심 개념으로 삼아 ‘문화도시 서울’, ‘서울시민의 행복한 삶’ 등을 강조할 계획이다.
당에서 공식 선거캠프에 참여할 인사들은 김영춘 의원을 비롯한 몇몇에 한정될 전망이다. 특히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한 인사는 ‘접근’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법조·여성·문화계에 포진한 강 전 장관의 지지 세력들이 캠프에 고루 참여할 예정이다.
먼저 강 전 장관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법조계는 캠프의 중심축을 이룰 전망이다.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지평’을 비롯해 직·간접적인 지원 세력이 적지 않다. 그가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일부 소장파 변호사들도 선거운동에 직접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계도 ‘여성 서울시장 탄생’을 기대하며 강 전 장관을 적극 지원할 태세다. 일단 출마가 결정된다면 전체 여성계가 강 전 장관을 지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 여성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강 전 장관의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폭적인 지원이 예상된다. 여기에 한명숙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됨으로써 여성계가 이들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강 전 장관은 문화예술계에도 발이 넓은 편이다. 그는 인간문화재 김수악 씨로부터 ‘살풀이춤’을 사사했고, 손경순·이명경 씨에게 승무를 배웠을 정도로 전통예술에 조예가 깊다. 또 문인·화가 등 다양한 예술인들과 가깝게 지내며 최근 서울시장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각종 문화행사장을 찾은 바 있다.
열린우리당도 강 전 장관의 이 같은 선거 전략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미지에 의존할 경우 한나라당의 벽을 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당 핵심 관계자는 “강 전 장관은 능력과 콘텐츠를 입증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며 “유권자들은 수도 서울을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의원은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다양한 분야에 폭넓은 식견을 갖고 있으며 학습 능력도 뛰어나다”며 “TV토론 등을 통해 자질 검증에 들어가면 강 전 장관의 지지율은 오히려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정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