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새삼 절감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끝없이 도전할 ‘꺼리’들을 제공하고 만들어가면서 고이지 않고 넘쳐흘러가도록 채찍질하고 유도해가는 것 같아요. 반항만 하고 살기엔 시간이 너무 없더라구요. 순응하고 적응하며 감당해 가는 모습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한 세상살기의 노하우라는 걸 깨닫는 중입니다.
사실 이 일기를 쓰면서 많이 망설였어요. 팬 여러분들에게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저의 부족한 점, 알려드리기 싫은 약점들이 지면으로 노출되는 것 같아 이곳을 다시 찾는 데 한참을 주저했어요. 제 일기를 담당하는 기자분께서 속 많이 타셨을 거예요. 저랑 연락이 닿지 않았으니까. 지름길 놔두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내려왔는데 더욱 솔직한 모습, 꾸미지 않은 인간 서재응의 고뇌를 여러분에게 제대로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아, 참, 오늘 한국에서는 제 에이전트였던 무라드와의 결별 소식이 보도되었더라고요. 결별했다기보다 무라드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구단주로 자리를 옮겨 가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진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라드와는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지만 소속 에이전트사는 이전과 달라질 게 없어 제 신상의 변화는 없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항간에서는 제가 마이너행으로 내려간 것은 투수 코치인 릭 패터슨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제 입으로 직접 말씀 드릴 게요. 솔직히 약간의 불화는 있었습니다. 그분이 강조하는 투구폼과 제가 던지고 싶은 투구폼엔 차이점이 있었거든요. 더욱이 그 코치가 절 버리고(?) 다른 팀의 두 선수를 선발로 데려왔을 때는 그 코치한테 ‘물 먹었다’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시나리오일 뿐입니다. 선수인 저로선 그분의 가르침을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더 이상 코치와 저와의 관계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으셨음 해요.
오랜만에 다시 트리플A로 내려오니까 애들이 더 잘해 주네요. 메이저리그 2년 반의 경력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지 ‘노땅’ 대접도 해주고 다들 열심히 하니까 저 또한 자극 받고 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몸 아끼지 않고 뛰어다녀 모처럼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는 중입니다.
제 통역 겸 ‘메이저리그의 동반자’인 대니얼 김이 있기에 마이너에서의 생활이 그리 힘들지 않은지도 몰라요. 가끔 뉴욕이 그립기도 한데 지금 저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다 값지고 알차게 쓸 수 있도록 발바닥에 땀띠 나도록 뛰어 볼게요. 여러분도 무더위에 지치지 마시고 힘내십시오.
8월7일 노포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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