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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입장하고 있다. 아테네=올림픽 사진공동취재단 | ||
남북 체육교류 결국 속빈강정?
시드니올림픽 때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시드니에서 첫 남북 동시입장을 이끌어내 세계인으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은 감동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후 세 번의 동시입장이 더 있었고,아테네에서 다섯 번째를 맞게 됐다.
아무리 좋은 말도 열 번 들으면 싫어진다고 했던가. 올림픽 무대 두 번째인 아테네의 남북 동시입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키 226cm의 야오밍이 기수로 나와 눈요깃거리를 제공한 중국선수단보다도 적은 박수를 받았다.
좀 변화를 주기 위해, 다소나마 발전된 듯한 인상을 주기 위해, 올림픽 현장 남북합동훈련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이미 종목별 훈련스케줄이 다 잡혀있는 상태인 까닭에 탁구에서 잠깐 기념사진 하나 찍는 시늉에만 그치고 말았다. 남과 북 체육 수뇌가 거의 매일 만나고 있다고 하지만 4년 전에 비해 남북체육교류는 내용상 발전한 게 하나도 없었다.
“왜 시드니의 답습에만 그치고 있습니까?” 일본 교도통신 기자의 질문에 한 건 했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기자회견에 나선 한국의 체육 위정자들은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했다.
켄테리스 소동과‘나이트메어’팀
대회 초반 최대 화제는 개최국 그리스의 육상영웅 ‘켄테리스의 도핑테스트 거부 파문’이다. 내용은 대충 이렇다. ‘유력한 성화최종주자 후보로 개최국 최고의 스포츠스타가 대회개막 하루 전 도핑테스트를 회피, 애인인 동료선수와 잠적하고 이 파문이 확산되자 둘이 IOC에 소명하러 가던 도중 오토바이사고를 당해 입원하다.’
뭐 이런 웃기는, 하지만 올림픽 사상 최대의 도핑 해프닝으로 평가받을 만한 일이 대회 개막 하루 전에 터져 그리스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콘스탄티노스 켄테리스는 4년 전 시드니올림픽 육상 200m에서 백인으로는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으로 한국으로 치면 박세리, 박찬호급의 톱스타플레이어다. ‘성화는 도착했지만 아테네는 켄테리스 탓에 암흑에 빠져들었다’는 AFP의 기사가 그리스인들의 심정을 제대로 대변해 준 제목이었다.
둘째는 나이트메어팀이 된 드림팀 스토리다. 개막 전부터 연습경기에서 세계 5위권인 이탈리아에게 덜미를 잡혔지만 15일 예선 1회전에서 NBA스타들로 구성된 미국남자농구대표팀이 정말 농구를 잘 하지 못할 것 같은 푸에르토리코에게 망신을 당할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92년 드림팀이 출범한 후 올림픽 사상 첫 패배다. 앨런 아이버슨, 팀 덩컨, 르브론 제임스 등 선수 하나의 몸값이 웬만한 중소기업의 매출과 맞먹는 미국대표팀은 아직도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등의 호적수를 상대해야 한다. 자칫 NBA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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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올림픽 8강에 오른 여자 개인혼영 400m의 남유선(위). 여자 사격 10m 공기소총의 서선화는 결선에도 못 올라 분루를 삼켰다.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
대회 개막 3일 만에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땄지만 당초 기대했던 선수들이 부진, 한국 선수단은 침체된 분위기다. 대한체육회가 MPC 길 건너 맞은 편에 사무실을 임대해 ‘팀 코리아하우스’라는 장소를 마련, 선수단 및 취재진 지원을 하고 있는데 초반 성적표가 최악으로 나오자 대회 관계자들의 얼굴들이 모두 굳어져 버린 것. 원래 좋은 성적을 거둔 한국 선수를 이곳으로 불러 인터뷰를 하기로 했는데 15일에는 단 한 명의 후보도 없이 그냥 지나갔다.
신화의 땅에서 한국 스포츠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첫날(14일) 한국에게 첫 금을 안길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도 세계챔피언 최민호(남 60㎏급)는 운동하면서 처음이라는 근육경련으로 동메달에 그쳤다. 같은 날 ‘만점 신화’로 유명한 사격의 서선화 조은영은 전날 일부 방송사의 안하무인식 취재로 리듬을 잃었다며 8명이 겨루는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평행봉의 달인’ 조성민은 예선에서 심판판정 탓에 예선 탈락했다.
15일에는 거의 모든 종목이 실패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 참담했다. 하필이면 경기 전날 급성장염에 걸려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은 채 경기에 나선 펜싱 여자 에페의 김희정은 8강이 한계였고, 유도의 방귀만은 방귀도 못 뀐 채 첫 경기에서 진 것은 물론, 이은희도 메달후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연속 두 판을 내리지며 보따리를 싸게 됐다.
전체적으로 수영에서 남유선이 건국 이래 첫 올림픽 결승진출을 달성하고, 축구가 선전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기대 이하다. 남녀 양궁만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최강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미 올림픽이 열리기 전 미국의 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에서 한국의 금메달 예상치를 6∼7개로 보도해, 13개를 공식 목표로 내건 한국 스포츠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궁금하던 차에 후배기자를 시켜 MPC 내 SI 사무실로 해당기자를 찾아가 따져보라고까지 했는데 잘못했다간 다시 그 기자에게 사과해야될지도 모를 판이다.
물론 아직은 초반이라며 애써 위안을 삼고 있지만 “줄이고 줄여서 금메달 목표를 13개로 했다”고 천명한 한국올림픽위원회가 걱정된다.
유병철 스포츠투데이 기자 einer@sports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