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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진우는 내년이 자신의 제2의 전성기가 될 거라 자신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래서일까. 한 마디 말도 안 꺼냈는데 두 사람이 만나 ‘삐리리’ 눈빛을 교환한 뒤 잽싸게 몸을 날린 곳은 LG 선수들의 흡연실이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송진우는 코를 자극하는 담배 연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원하면 ‘장땡’이라며 웃옷을 벗어 제쳤다. 어휴, 그런데 만만하게 봤던 그의 근육들이 장난이 아니었다. 근육보다는 지방이 먼저 잡히는 필자는 최대한 살을 숨겨가며 숨죽이는 인터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병훈(이하 이): 형, 몸이 완죤히 ‘마징가 Z’네요. 부럽다. 정말.
송진우(이하 송): 그러냐? 내가 타고난 강골인데다 아직도 젊은 애들하고 똑같이 훈련할 정도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거든.
이: 형을 이렇게 ‘몸짱’으로 만든 음식물은 뭐유?
송: 나는 무조건 토속 음식을 선호해. 특히 된장찌개에는 사족을 못 쓰지. 난 밥심으로 사는 남자거든. 보약이 필요 없다니까.
이: 이렇게 인터뷰한 뒤 집에 가서 뱀탕, 개소주, 보신탕 먹는 거 아니야? 하하. 그런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얼굴 표정이 밝지만은 않네.
송: 사실 팬들이 워낙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 부담이 좀 되네. 지금도 잘하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은 늘 하고 있거든.
이: 형처럼 대스타가 팬들이 무섭다는 말이유?
송: 지금까지 최고였기 때문이지. 팬들은 나의 좋은 모습만 봤잖아. 그게 영원하면 좋으련만….
이: 형, 진짜 더위 먹었수? 왜 그래요. 답지 않게.
송: 지난해 받았던 팔꿈치 수술 후유증이 남아 있어서 그런가봐. 수술 받을 때만 해도 ‘송진우 야구는 끝났다’는 사람들이 많았어. 그런데 이 정도 하고 있잖아. 내가 큰소리 잘 안치는 사람인데 ‘송진우의 제2의 전성기’는 내년부터야. 내년엔 뭔가 사고를 칠 것 같거든. 믿어도 좋아.
이: 형은 야구말고도 재주가 많잖아.
송: 일단 동그랗게 생긴 것 갖고는 뭐든지 잘해. 축구, 농구는 말할 것도 없고 볼링도 이백점이 넘으니까. 아참, 당구는 삼백이다.
이: 그걸 언제 다 배웠수?
송: 내가 운동 신경이 남다른 것 같아. 뭐든 손만 대면 곧바로 입력이 된다니까. 그것뿐이냐? 아는 것도 많아서 ‘백과사전’으로도 통한다.
이: 형도 잘난 척을 다 하네. 형 별명 중에 재미있는 게 있던데.
송: 야, 진짜 그거 말해야 되냐? 우리 애들도 볼 텐데.
이: 형이 말 안 해도 내가 쓸 거유.
송: 한때 ‘찔락이’ ‘뺀질이’로 통했지. 그게 뭐든지 남보다 빨리 배우고 요령있게 잘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야. 절대 나쁜 뜻은 아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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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1,2학년 때까지 투수하다가 팔꿈치가 아파서 방망이를 쳤는데 워낙 잘 치니까 감독님(당시 김인식)이 타자를 시켰지. 3,4번을 치면서 우승도 이끌었어. 하지만 프로 입단할 때는 투수로 뛸 생각이었어.
이: 내가 현역 때 형을 꽤 괴롭혔는데 기억 나?
송: (생각하기조차 싫은 듯) 네가 정말 내 공을 잘 쳤지. 오죽하면 너한테 노이로제가 걸렸겠냐. 솔직히 말해서 내가 지금까지 현역으로 뛰는 건 다 네 덕분이다. 네가 빨리 은퇴해준 덕분이지(동시 웃음).
이: 형, 머릿속에는 모든 타자들의 장단점이 다 입력돼 있다고 들었어.
송: 물론이지. 나와의 상대 전적도 입력돼 있다. 그런데 그것도 공에 위력이 있어야만 통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알고서도 얻어터지는 거고.
이: 그럼 베테랑 타자가 상대하기 어려워요? 아니면 신인 선수들이 더 어려워?
송: 신인 선수들이 어렵지. 그놈들은 겁 없이 달려들고 나는 그놈들 정보가 별로 없고. 그리고 그놈들한테 큰 것 맞으면 ‘쪽’ 팔리잖아.
이: 포수들이 형한테는 사인 내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송: 아니야. 포수들이 어리지만 내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제일 편한 투수래. 그리고 포수가 사인 내는 대로 던지는 편이거든.
이: 형도 이젠 나이를 먹다보니 후배들한테 꽤나 구시렁거릴 것 같은데…. 형하고 20년 이상 차이나는 애들도 많지 아마?
송: 정말 장가만 일찍 갔더라면 내 아들뻘 되는 친구들이지. 그런데 크게 잘못하지 않으면 그냥 놔둬. 요즘 애들 자유분방하잖아. 하지만 예의 없고 시간 엄수 못하는 놈은 나한테 혼 좀 나지.
이: 아들만 둘이라면서? 나도 날 닮은 아들이 둘이나 되거든.
송: 설마 체격까지 널 닮진 않았겠지? 하하. 우리 큰놈이 열두 살인데 나하고 같이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그놈도 야구선수야. 아마 우리나라에서 현역으로 뛰는 부자 선수는 나와 내 아들이 유일할 걸? 둘째는 아홉 살인데 이놈이 물건이야. 내년부터는 휴일 경기에 배트보이 시키려고.
이: 형 정도 되면 사업체 운영할 나이잖아. 지금 부업하는 거 있수?
송: 아니 없어. 할 수는 있는데 현역 은퇴할 때까지는 오로지 야구에만 전념하려고 집사람도 못하게 했어. 다른 수입원이 생기면 운동을 열심히 안할 수도 있잖아.
이: 인생 계획 중 은퇴라는 단어가 있기는 하는 거야?
송: 그럼. 천년만년 할 수 있냐. 항상 대비하고 있지.
이: 형이 은퇴하자마자 코치 제의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
송: 계약 조건을 따져 봐야지. 은퇴 후에 유학을 가고 싶어. 만약 구단의 지원과 자리가 보장된 상태에서 유학을 간다면 공부에만 매달릴 수 있고 좋을 것 같아. 그러나 짧게 갔다 올 거라면 차라리 유학을 포기하고 바로 지도자 생활하는 것도 괜찮고.
이: 형, 난 형이 무지 존경스러워. 지금까지 현역선수로 뛰고 있다는 사실도 그렇고. 하여튼 이 무더위에 된장찌개 팍팍 먹고 힘내시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