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테네 올림픽을 통해 의남매의 인연을 맺기로 한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 선수에 대해 얘기할 게요. 이원희 선수가 금메달을 따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온 모든 촬영팀과 취재진들은 하나 둘씩 기운 빠져하며 지쳐갔습니다. 아무리 기다리고 기다려도 메달 소식은 들리지 않고 메달 기대주들마저 번번이 실패로 끝나는 상황들이 발생하자 IBC에 자리한 KBS 부스에는 적막만이 감돌았죠.
‘그런데 그런 침체기에 우리의 이원희 선수가 그렇게 소원했던 금메달을 획득한 겁니다. 전 IBC에 설치된 임시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하며 결승전을 지켜봤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그렇게 초긴장 상태로 스포츠 경기를 지켜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드디어 이원희가 단상 맨 꼭대기 위에 올라선 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시상식이 진행되는데 그 감동, 그 가슴 벅참이란…. 저도 모르는 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 이곳 방송팀엔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왜냐구요? 절 울리고 웃긴 이원희 선수가 인터뷰하러 IBC에 온다는 소식이 전해졌거든요. 저는 화장도 고치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마치 군대 간 애인을 기다리는 설레는 심정으로 이원희 선수를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대한 건아 이원희 선수가 스튜디오로 들어섰는데 그 친구 의자에 앉자마자 하는 말, “누나, 배고파요.” 경기가 끝나고 곧장 IBC센터로 달려오느라 저녁도 먹지 못했다고 하더군요. 이원희 선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무섭게 방송 스태프들은 야근하며 먹으려고 숨겨 놓은 간식들을 꺼내놓기 시작했습니다. 라면, 도시락, 김밥에다 심지어 고추장까지 등장해 이원희 선수의 얼굴은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허기도 가시고 이젠 인터뷰할 차례. 그러자 오늘의 주인공은 또 다른 고민을 털어 놓았어요. “누나,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나서 방송에 안 예쁘게 나올 것 같아요.” 전 바로 이원희 선수의 전속 메이크업 담당자로 변신했습니다. 제가 갖고 있던 화장품을 꺼내 이원희 선수의 여드름을 커버하며 ‘뽀사시’한 피부 미남으로 완전 변신을 시켰답니다.
인터뷰를 모두 마치고 이원희 선수는 다른 방송국과의 인터뷰를 위해 서둘러 스튜디오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전 서울 가서 맛있는 거 사주겠다며 전화번호를 주고받았고 이원희 선수는 “누나, 지난 번 보다 살이 많이 빠졌어요. 이젠 살 안 빼도 되겠어요”라며 립 서비스를 해주곤 이별을 고했습니다. 이원희 선수와는 이전에 인터뷰를 한 인연이 있었거든요.
그날 밤 저희 방송팀은 도저히 그냥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 뭐했냐구요? 여러 선배님들과 코가 비뚤어지도록 술을 마시고 또 마셨습니다. ‘제 동생’ 원희를 위해서 건배!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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