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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폴 터갓은 이봉주(왼쪽)를 가장 강력한 적수로 꼽았다. 로이터/뉴시스 | ||
그리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두 선수는 세계 최고의 무대 올림픽에서 천하통일의 꿈을 안고 격돌하게 된다. 그야말로 세기의 대결. 비록 벤 존슨의 금지약물 복용으로 세기의 대결은 최고의 약물 스캔들로 변질되긴 했지만 두 선수의 격돌만으로도 서울 올림픽의 흥행은 보장됐었다.
이처럼 최고의 라이벌 대결은 대회의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열쇠가 되기 마련이다. 점점 열기를 더해가며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이번 아테네올림픽의 흥행코드 ‘라이벌 대결’을 살펴보았다.
이번 올림픽대회에서 세기의 라이벌로 관심을 모았던 선수들은 미국의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19)와 호주의 ‘인간어뢰’ 이안 소프(22)의 대결이었다. 대회 전부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설전으로 전 세계 스포츠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이 현실로 드러났다. 지난 17일 두 선수가 처음으로 맞붙은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소프가 펠프스에 여유 있게 앞서면서 싱겁게 끝이 나고 만 것. 펠프스는 네덜란드의 영웅 호안벤트한테도 뒤처져 3위에 그치며 빅 매치를 관전하던 수영 팬들을 실망시켰다. 하지만 이후 펠프스는 금메달을 추가하며 대회 최다관왕을 질주하고 있다.
유도 73kg이하급에선 ‘한판승의 달인’ 이원희(마사회)와 미국의 제임스 페드로가 맞붙었다. 페드로는 이원희의 48연승을 저지시켰던 선수로 ‘무적’ 이원희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 하지만 두 번의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철저히 이번 대회를 준비해온 이원희에게 페드로는 더 이상 적수가 되지 못했다. 페드로와의 16강전 대결에서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하는 플레이를 펼쳤던 이원희는 업어치기 한판으로 페드로를 가볍게 제압, 라이벌 대결에서 승리 후 손에 그리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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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흰 도복)가 남자유도 -73kg급 2차전에서 라이벌 미국의 페드로를 배대뒤치기로 메치고 있다. 역시 한판승.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
사이클 팬들에게도 아쉬운 대목이 있다. 랜스 암스트롱(미국)과 얀 울리히(독일)의 대결이 무산된 것. 이들은 2003 투르 드 프랑스에서 앞서가던 암스트롱이 넘어지자 울리히가 암스트롱이 다시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엔 암스트롱이 불참을 선언해 우정의 대결은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
한편 올림픽의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남자 육상 100m 탄환 대결은 엄청난 이변을 연출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다. 대회 전만해도 “오직 나 자신만이 경쟁자”라면서 금메달을 호언했던 미국의 모리스 그린과 올림픽 개막 직전에 벌어진 2개 대회에서 모두 그린을 꺾고 정상에 등극한 자메이카의 샛별 아사파 포웰의 대결이 관심을 모았으나 금메달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미국의 저스틴 게이틀린한테 돌아갔다.
하지만 스포츠팬들은 여기서 실망할 필요가 없다. 앞으로도 팬들을 흥분시킬 엄청난 빅 매치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최고의 미녀 대결로 불리는 여자 장대높이뛰기가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러시아 미녀듀오 이신바예바(22)와 페오파노바(24)로 집안 잔치를 벌일 예정이다. ‘여자 부브카’로 평가받는 두 선수는 세계 신기록을 올 들어서만 8개(이신바예바 6개, 페오파노바 2개)나 생산해내며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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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모의 대결' 이신바예바 vs 페오파노바 | ||
우리 선수단에겐 최고의 효자종목 태권도가 기다리고 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대결은 한국 태권도의 간판 문대성(삼성에스원)과 파스칼젠틸(프랑스)의 대결. 지난 대회에서 출전권을 김경훈에게 넘겨준 한을 품고 있는 문대성은 2m가 넘는 장신인 파스칼젠틸의 벽만 넘어선다면 금메달은 떼논 당상이다. 출전선수 전원(4명) 금메달의 키는 최고참 문대성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회 마지막 라이벌 대결은 ‘올림픽의 꽃’ 마라톤에서 벌어진다. 대회 마지막날 마지막 경기로 올림픽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마라톤은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최고의 승부. 마라톤의 발상지에서 벌어지는 뜻 깊은 경기에서 ‘봉달이’ 이봉주(삼성전자)와 세계기록 보유자 폴 터갓(2시간 4분 55초)이 한판 승부를 펼친다.
이봉주보다 좋은 기록의 출전 선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터갓은 이봉주를 최고의 라이벌로 지목, 두 선수간의 대결은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더운 날씨에 지구력이 강한 이봉주와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터갓의 달리기는 전세계인들이 기대하는 최고의 ‘빅 카드’로 꼽히고 있다.
최혁진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