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아테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
1. 귀국 직전까지 5시간 뒤풀이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파라과이전이 끝난 다음날인 8월23일(현지시간) 하루 휴식을 취했다. 이날 저녁식사는 1년8개월간 올림픽팀에서 고생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마지막 식사였다. 저녁을 마치고 오후 9시부터 선수들과 김호곤 감독, 코칭스태프들은 맥주로 뒤풀이를 시작했다.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계속된 뒤풀이에서 선수들은 그동안 쌓였던 앙금을 풀면서 불만을 털어놨다. 맥주 수백 병이 오고갔고 다들 취하지는 않았지만 말을 아끼지는 않는 분위기였다.
선수들은 지역예선과 평가전에서 보여줬던 기량을 제대로 펼쳐내지 못했다는 자책과 군 면제란 지상 최대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맥주로 달랬다. A선수는 “술기운을 빌어 말하기 힘든 부분까지 말 그대로 속시원하게 털어 놓았으며 그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한 앙금을 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A선수는 “언론에 밝힐 수 없는 내용도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오랫동안 같이 있다 보면 서로에게 짜증도 나고 하는 것 아니냐”며 애써 관심을 피하려고 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코칭스태프는 술을 마셨다는 보도가 나가자 “그냥 가볍게 한잔 한 것”이라고 민감하게 반응했다. 그러나 가벼운 한잔이라고 말하기에는 5시간의 술자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 장시간이었다. 특히 다음날 일찍 귀국길에 올라야 되는 선수단 사정상 새벽 2시까지 할 얘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추측을 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 지난 14일 열린 멕시코전 직후 그라운드에 누워버린 최태욱 선수. 아테네=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 ||
최태욱은 지난 8월18일 말리전 전반 막판 교체 아웃되면서 벤치로 돌아오며 유니폼을 내던졌다. TV중계화면에도 잡힌 최태욱의 행동은 상당히 의외였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스에 도착한 뒤 최태욱은 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았고 그러한 돌출행동은 스스로를 자책한 것으로 이해됐다. 평소 ‘최 목사’로 불릴 정도로 순했던 최태욱이어서 대표팀 내부에서는 최태욱의 행동에 대해 놀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최태욱의 행동에 대해 소문이 일기 시작했다.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www.kfa.or.kr) 게시판에는 “최태욱이 코칭스태프에게 구타를 당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글 등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어떤 코치가 최태욱에게 손을 댔다는 소문이 은밀히 확산되고 있다.
일부 선수는 최태욱 구타 소문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며 정색하고 아니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선수는 최태욱의 폭행 소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B선수는 “선수들은 플레이가 풀리지 않으면 물병을 걷어차기도 한다. 소문의 진위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리가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3. 예비엔트리도 군면제 추진
올림픽대표팀 엔트리 18명 외에 포함된 예비엔트리들이 불만을 토로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예비엔트리들은 그리스와 말리전이 치러진 테살로니키에서는 정식 엔트리와 같이 생활했지만 멕시코전이 치러진 아테네에는 동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4강에 들어 메달만 따면 군면제 혜택을 받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올림픽팀에서 훈련을 했다. 그러다 나중에서야 경기에 뛰지 못하면 군 면제 해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예비엔트리들이 강한 불만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부분은 대한축구협회의 속사정을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협회측에선 메달만 획득하면 경기에 뛰지 못한 예비엔트리들한테도 군면제 혜택을 추진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엔트리들이 정확한 사정을 알지 못하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이 어린 선수들이 모여 있는 올대팀은 어느 것보다 팀워크가 중요했다. 그 팀워크를 이끌어가는 리더는 축구팬도 기자도 아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이다. 중요 대회 동안 개인을 버리고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 아쉬웠던 올대팀이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