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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지난 9일 청주구장에서 만난 장성호는 시원시원한 외모답게 호탕하고 씩씩한 목소리로 다소 ‘꿀꿀한’ 경기장 분위기를 희석시키려 애썼다. 장성호와의 인터뷰가 있던 날 기아 선수 2명이 경찰에 연행된 상태라 자칫 인터뷰가 취소될 수도 있었지만 장성호와 기아 구단 측에선 야구팬들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노력을 기울였다. ‘스나이퍼’ 장성호를 만났다.
이영미(이): 아니, 이렇게 훈련 전에 인터뷰해도 되는 건가요? 난 훈련 끝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생생인터뷰’는 보통 훈련 끝나고 경기 전에 시작되는 게 다반사다).
장성호(장): ‘짬밥’이 안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래봬도 제가 프로 밥 먹은 지 9년째입니다. 이 정도의 ‘유도리’는 있어야죠.
이: 어제(8일) 한화와 더블헤더를 치르셨잖아요. 그런 다음 날은 체력적으로 좀 부담이 되지 않으세요?
장: 여름이었다면 체력적으로 힘들었겠지만 지금은 날씨가 선선해서 회복이 빠른 편이에요. 그런데 더블헤더를 하다보면 잘 때릴 때는 ‘필’이 팍 꽂혀서 엄청 휘두르는데 못 치면 한없이 망가지는 스타일이라 모 아니면 도인 식이 많아요. 그래서 요즘엔 더블헤더일 경우 포볼도 골라 나가려고 하는 등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하게 돼요.
이: 7년 연속 3할대를 유지하고 있어요. 뭐 남다른 비결이라도 있나요?
장: 비결은요, 준혁이 형이 9년째 치고 있어서 열심히 쫓아가고 있을 뿐이죠. 목표가 있다면 10년까지는 연속 3할타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어요.
이: 굳이 10년이란 기간을 정한 이유가 있다면.
장: 에~ 10년이면 강산도 한번 바뀌고(일동 웃음) FA도 돌아오고 그때쯤이면 1천 경기 정도 뛰게 돼 아마도 ‘야구의 맛’을 제대로 알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 그러고보니 내년이 FA네요. 나름대로 FA에 대비한 계획을 세워뒀나요?
장: 뭐 계획이라고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다 끝나봐야 알겠죠.
이: 해태 입단 후 기아로 팀명을 바꾼 후에도 계속 한 팀에서도 뛰고 있잖아요. FA가 돼도 유니폼 색깔은 변하지 않을 모양이죠?
장: 하하. 그건 모르죠. 물론 기아가 제 친정팀이긴 하지만 그런 정에 얽매이진 않을 거예요. 가장 중요한 건 절 최고로 인정해 주는 구단과 인연을 맺는 거겠죠. 그 팀이 기아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만약 다른 팀이 그런 제안을 해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이: 자신이 최고의 대우를 받을 만큼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세요?
장: 상당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잘도 하시네요. 음, 솔직히 말해서 주루하고 수비쪽은 잘 모르겠어요. 다리도 빠르지 않고 센스도 좀 뒤떨어지는 것 같고….하지만 방망이의 정교함만큼은 어느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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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종범이 형이 일본에 갔을 때랑 다시 돌아와서 호흡을 맞췄을 때의 성적과 느낌이 무척 달라요. 종범이 형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 투수들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형이 1번타자로 나서면 다음 타자인 전 덤으로 얻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거든요. 아마도 저희 팀에서 종범이 형 덕을 가장 많이 본 선수가 바로 저일 거예요.
이: 그럼 이종범 선수에게 밥이라도 사야되겠네요.
장: 어휴 무슨 말씀을. 종범이 형이 선배인데 당연히 형이 사야죠.
이: 연봉을 2억5천만원이나 받으면서 상당히 짜게 구시네요. 그건 그렇고 결혼 4년차라면서요? 지금까지 아내와 가장 심하게 다툰 적이 있다면?
장: 심하게 싸우기보다 소소하게 다툰 적은 많아요. 주로 제가 술 먹으러 나가려는 걸 아내가 말리는 과정에서 발생하죠.
이: 아내가 말리면 안 나가나요?
장: 그럴 리가요. 하지만 우격다짐으로 나가진 않아요. 어떻게 해서든 아내를 설득하죠. 솔직히 설득하기보다는 무작정 졸라요. 아내가 지겨워서 포기할 때까지.
이: 시즌 중에 김성한 감독이 중도하차하셨어요. 선수로서 남다른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장: 김 감독님은 절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분입니다. 당연히 가슴이 아팠죠. 하지만 ‘오야붕’으로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수밖에 없는 현실과 감독님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차피 단체생활에서는 높은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하니까요. 반드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서 우승으로 김 감독님께 사연 많은 ‘선물’을 안겨드리고 싶어요. 그게 또 감독님과의 약속이기도 하구요.
이: 요즘 구단 분위기가 상당히 뒤숭숭하죠? 병역비리 사건 때문인데, 글쎄요 선수들이 연행되는 과정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보는 심정이 만만치 않을 것 같네요.
장: 분명 잘못된 방법이고 잘못을 저질렀다면 달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팬 여러분께 당부하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 연루된 선수들의 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선수까지 미워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단지 야구를 하고 싶어서 저지른 잘못이니까요. 어떤 형식으로든 대가를 치른 그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왔을 때는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