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오른쪽)와 김병현. 실력에 비해 큰 활약을 못한 두 거물의 화려한 재기를 기대해본다. | ||
그나마 김선우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내년 시즌을 기약하고 있고, 백차승도 계속 선발 기회가 주어져 미래를 위한 소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미국 현지에서 지켜본 코리안리거들의 올시즌 활약상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을 알아본다.
경기 외적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던 선수는 역시 박찬호와 김병현, 그리고 서재응이었다. 박찬호는 2년여간 계속된 부상과 부진 속에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는 등 정신적으로도 심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워낙 성실한 성격에 허리 통증의 원인을 정확히 집어내면서 재활을 거듭한 끝에 최근에는 전성기 시절에 버금가는 패스트볼이 나오는 등 회복세가 역력하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다. 경기 외적으로 동료들과의 관계나 언론 및 팬들과의 관계에 본인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쇼월터 감독은 최근 복귀한 박찬호를 놓고 “이제야 동료애도 알고 긍정적으로 많은 변화를 했다”는 평가를 했는데, 이 말 속에 지금까지의 박찬호에 대한 쇼월터 감독의 생각이 어떠했는지가 담겨 있다. 연봉 1천3백만달러의 거액을 받는 최정상급 스타라면 그에게 주어지는 특권만큼이나 팬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도 크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동료들에게 거의 따돌림을 받는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나온 김병현은 최근 동료들에게 사과하며 관계회복에 나섰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미지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메이저리그는 일견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팀워크나 동료애도 대단히 중요하다. 한번 구겨진 이미지는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데, 김병현의 경우 선발을 고집하는 것조차 돈을 밝히기 때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다.
물론 여러 가지 면에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나친 무관심이나 외부와의 차단은 팀 스포츠에서 그야말로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건강이 회복되고 구속이 살아난다면 김병현이야말로 선발과 구원을 오갈 수 있는, ‘대단히’ 쓸 만한 투수다.
▲ (왼쪽부터)서재응, 김선우 | ||
활달하고 솔직한 성격에 투지가 좋은 서재응은 빅리그 투수의 자질은 대단히 뛰어나다. 그러나 파워를 앞세운 투수가 아니고 기교파이기 때문에 체력과 힘을 더욱 키울 필요가 있다.
서재응이 메츠에 대한 정이 어느 정도 떨어진 만큼 새로운 팀에서 2005년을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올 겨울 트레이드 가능성도 꽤 높다.
올시즌 가장 큰 발전을 이룬 선수는 김선우다. 결혼과 2세 출산을 앞둔 김선우는 정신적으로도 한층 안정된 데다 투수로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해주고 있다. 왜 난타를 당하는지, 홈런을 맞는지 등을 영리하게 파악하면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엑스포스의 운명만큼이나 김선우의 미래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일단 경기중에 조는 일이 다반사인 프랭크 로빈슨 감독이 교체돼야 투수진 운영이 정상을 찾게 될 테고, 팀 이전 문제로도 어수선해 빅리그 투수로 정착하는 데 불리한 점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본인이 능력을 계속 키워가고 있어, 혹시 트레이드가 된다고 해도 내년에는 어디서든 확실하게 뿌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말린스에서의 상승세가 다저스 이적으로 주춤해지며 선발 라인업에서도 완전히 제외된 최희섭은 좀 더 욕심을 부려야 한다. 성격도 좋고 동료들과도 잘 어울리지만, 코칭스태프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속마음이야 어떻든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성격이 때론 역효과가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
▲ (왼쪽부터)최희섭, 봉중근 백차승 | ||
그러나 결국은 실력만이 살아남는 길이므로, 올 겨울 혹독한 훈련을 통해 발전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 파워는 좋지만 부족한 점들도 많다는 지적을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더욱 독하게 자신을 다그치면서도, 체계적이고 기술적인 면을 착실히 다듬어야 한다. 언어 때문에 세밀한 부분까지 기술 습득 등이 힘들다면 한국 프로야구의 선배와 스승들을 찾아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봉중근과 백차승도 내년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장래성은 뛰어나기 때문에 팀에서 중시하고 있는데, 경험을 쌓고 확실하게 몸을 만들어 내년 스프링 캠프에 임해야 한다. 올 겨울 결혼을 앞둔 봉중근은 어깨 수술을 받고 재활중이지만 영어에도 가장 능숙하고 성격이 좋아 팀 동료들과 항상 잘 어울리고 화합을 잘 한다. 백차승 역시 팀의 막내로서 실력만큼이나 대인 관계와 화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2005년에는 메이저리그의 한국 청년들이 부침 많았던 올 시즌보다 훨씬 밝고 좋은 소식들을 전해주길 기대해본다.
민훈기 스포츠조선 미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