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이터/뉴시스 | ||
샤라포바는 잘 알려져 있듯이 현재 세계 여자 테니스계를 평정하고 있는 ‘러시아 여군단’의 에이스다. 비록 이달 중순 열린 US오픈에서는 같은 러시아의 ‘10대 소녀’ 스베틀라나 쿠츠네초바가 우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긴 했어도 아직 샤라포바의 인기를 능가하는 러시아의 여걸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샤라포바를 바라보는 동료 러시아 테니스 선수들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만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러시아 여자 선수들은 샤라포바를 ‘진정한 동료’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 그 이유는 간단하다. 샤라포바는 이미 러시아를 떠나 미국으로 날아간 지 10년이 됐으며 미국식 테니스 교육에, 미국식 사고방식에, 미국식 패션을 고수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 참고로 샤라포바는 7세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의 테니스 스쿨에 입학한 뒤 줄곧 미국에서 살아왔다.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아나스타샤 미스키나(러시아)가 이런 논란에 포문을 연 선수. 미스키나는 최근 들어 “샤라포바를 러시아의 우상으로 여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샤라포바는 이미 자신을 미국인으로 여기고 있고 러시아에 대한 애국심을 찾아볼 수 없다고 공격했다. 한술 더 떠 “과연 샤라포바가 러시아로 되돌아 갈지 의문”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같은 러시아 선수인 엘레나 데멘티예바 역시 샤라포바가 러시아어보다 영어에 더 익숙하다는 점을 들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공격에 대해 샤라포바는 펄쩍 뛰고 있다. 샤라포바는 “비록 미국 생활에 더 익숙한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에 ‘입양’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샤라포바는 또 “난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강변했다. 재미난 점은 샤라포바의 국적을 문제 삼는 러시아 선수들조차도 샤라포바가 러시아 대표팀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부분. 데멘티예바와 미스키나는 “내년도 페더레이션컵(테니스 국가대항전) 러시아 팀에 샤라포바가 끼는 것은 적극 환영”이라고 밝혔다. 국적 문제는 둘째치고 어쨌든 샤라포바가 합류해야 러시아 팀의 전력이 막강해진다는 점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샤라포바의 아버지 유리에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샤라포바가 테니스 요정으로 발돋움한 것은 유리의 공로가 90%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딸의 장래를 위해 단돈 7백달러를 들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날아간 유리의 결단이 없었다면 샤라포바가 지금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었을지는 정말 의문사항이다. 그러나 일부 테니스 전문가들은 이젠 유리가 오히려 샤라포바의 실력 향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저해가 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샤라포바의 스승이자 세계적인 테니스 스쿨 원장인 닉 볼리티에리는 “요즘 샤라포바의 경기를 보면 한 경기에서 50번도 넘게 유리를 쳐다본다”며 “샤라포바는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유리에게 기대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대선수로 커나가는 데 큰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위기에 처할 때마다 관중석 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는 습관을 버리지 못한다면 결국엔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해 큰 위기를 헤쳐 나가는 요령을 터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