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김진용 아버지 김영곤씨, 임창용 어머니 박정림씨. 사진 제공=삼성 라이온스 | ||
10월21일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수원구장. 개장 이래 가장 많은 관중이 찾았다는 이날 경기는 피어리(현대)와 배영수(삼성)라는 양 팀의 에이스가 등장한 만큼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됐다. ‘0’의 균형이 깨진 건 4회 말 2사 뒤 브룸바(현대)가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면서부터였다. 지정석에서 초조하게 지켜보던 노부부가 벌떡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박진만(현대)의 부모인 박치민, 이경삼씨 내외였다.
아버지 박치민씨는 “마음을 담아 조용하게 응원하러 경기장을 찾지만 이렇게 점수가 나올 땐 흥분할 수밖에 없다”며 싱글벙글 즐거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남편 못지않게 박수를 아끼지 않던 이경삼씨는 “집에서 방송을 볼 땐 해설 듣는 재미도 있지만 경기장에 오면 실감이 나서 좋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정석 앞자리에서는 현대 김재박 감독의 부인인 정복희씨가 함께 온 친구들과 차분하게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큰 시합을 많이 치른 백전노장 감독의 안사람답게 여유있는 모습. 하지만 정씨는 “이렇게 한두 점 차 승부가 계속될 때에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긴장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심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시합 전에 김 감독과는 통화도 하지 않았다는 정씨는 “아마도 시합이 끝나면 어디 앉아있었냐고 전화가 오겠지만 야구에만 신경쓰라고 답할 것”이라며 확실한 내조를 암시하기도 했다.
다음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은 좀 더 일찍 관중석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현대 이숭용과 오는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CF모델 출신 김윤아씨가 경기장을 찾은 것도 시합을 무려 4시간이나 앞둔 오후 2시. 지정석을 마다하고 1루석 앞자리를 차지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이숭용) 오빠는 경기장에서도 얼굴을 볼 수 있는 곳에 앉길 원한다”면서 “시부모님 자리까지 확보하기 위해서 일찍 나왔다”며 예비 아내와 며느리의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 (왼쪽)김재박 부인 정복희씨, 진갑용 부인 손미영씨. | ||
삼성 선수들의 가족들은 시즌중에도 원정경기까지 따라가 응원을 펼칠 정도로 열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도 수원까지 봉고를 대절해 응원하고는 그날밤 대구로 다시 내려와 다음날 다시 수원으로 2차전 응원까지 가는 정성을 보였다.
1무1패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들이 선발로 나오는 걸 지켜보는 김진웅의 아버지 김영곤씨는 한동안 줄담배로 초조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김영곤씨는 “오늘 느낌은 참 좋은데 내가 마운드에 서 있는 것처럼 너무 떨린다”며 아들 개인의 성적보다도 팀 승리를 더 기원했다. 김영곤씨가 너무 긴장하는 것처럼 보이자 옆에 있던 신동주의 어머니 정애자씨는 “오늘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진웅이가 잘 던질 것”이라며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자청했다.
삼성 가족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일까, 이날 시합은 삼성이 귀중한 1승을 챙기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이날 등판이 없었던 임창용의 어머니 박정림씨는 전문가 못지않은 해박한 야구지식을 자랑했다. “평상시와는 달리 조금씩 일찍 등판하다 보니 리듬이 깨지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10년 동안 응원하다 보면 그날 시합의 결과를 대충 점칠 수 있다”며 이날 삼성의 승리를 정확히 예견하기도 했다.
한편, ‘부모 부대’와 조금 떨어진 지정석에는 예쁜 딸 유정이와 함께 나온 진갑용의 부인 손미영씨가 시합에 집중하고 있었다. 진갑용이 아내가 경기장 찾는 걸 워낙 좋아해서 손씨도 홈경기가 있을 때에는 거의 경기장에 도장을 찍는 편이라고. 손씨는 “든든하게 먹고 힘내라고 지난 경기에서 찰밥을 해줬더니 그냥 지고 말기에 오늘은 평소에 즐겨먹는 불고기와 김치찌개를 먹여 보냈다”며 부푼 기대감을 잔뜩 나타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