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내내 해외 진출 문제로 언론에 오르내린 임창용은 어딜 가든지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오는 11월15일로 삼성과의 계약이 끝나면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임창용. 평생 소원이라고 말하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불면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와 31일, 1차 전화 인터뷰를 가졌고 다음날인 한국시리즈 9차전 직전, 경기장에서 보충 인터뷰로 마무리했다.
이영미(이): 오랜만이네요. 이전 ‘취중토크’때 강남의 한 고깃집에서 만났잖아요. 그 당시에도 ‘사연 많은 남자’였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네요.
임창용(창):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제 팔자가 쉽게 사는 팔자는 아닌가 봐요.
이: 처음부터 이런 문제를 꺼내기가 좀 그렇지만 아무래도 최근 가장 화제가 되는 부분이 진짜 에이전트가 누구냐 하는 거예요.
창: 제 에이전트는 이치훈씨 한 사람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가 인정을 안 해주세요. 아버진 오래 전에 계약을 맺은 안토니오 남이라는 분이 진짜 에이전트라며 이치훈씨와의 계약을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그렇다면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창: 그게 그렇게 간단치가 않아요. 전 이제 성인입니다. 제 인생은 제가 선택하고 싶어요. 아버님께선 절 사회 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제 선택만큼은 책임질 자신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다보니 해외진출 여부보다 아버지와의 입장 정리가 더 우선일 것 같네요. 부자지간에 이런 모습으로 비춰진다는 게 좀 부담스러울 텐데.
창: 당연하죠. 저도 빨리 이 문제를 매듭짓고 싶어요. 아버지와 좀 더 대화를 해봐야죠.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는데 이번 일로 인해 상처를 드리고 싶진 않아요. 시간을 갖고 여유있게 풀어나가야죠.
이: 해외진출 문제는 어느 정도 진척상황이 있는 건가요?
창: 지금 밝힐 수는 없어요. 괜히 루머만 양산해내는 것도 싫고. 제가 할 수 있는 얘기로는 어느 나라, 어느 팀, 어느 보직을 받든 아직까진 잘 적응하고 잘 해낼 자신이 있다는 겁니다.
이: 만약 이도저도 안될 경우 한국에 남을 수도 있다는 가정법은 생각해 보셨나요?
창: 그럼요. 만약 한국에 남는다면 삼성이 우선이 되겠죠. 다른 팀으로 옮길 경우 이적료나 계약금, 연봉 등에서 부담이 클 겁니다. 또 삼성만큼 베팅할 구단도 없을 것 같구요.
이: 항간에선 삼성과는 더 이상 인연을 맺기 싫다고 말한 걸로 아는데.
창: 말하기 좋은 사람들의 추측성 얘기겠죠. 전 그런 말 한 적이 없어요. 삼성에 빚진 게 많아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이: 빚진 거라면 뭘 의미하는 건가요?
창: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제가 한 일이 없잖아요. 중요한 순간에 등판해서 일만 더 꼬이게 만들었으니….
창: 정말 미안할 따름이죠. 2차전에서 팔뚝에 근육이 뭉쳐 풀어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7차전 때는 날씨가 추워져 갑자기 많은 투구를 하다 보니 더더욱 힘들었죠. 그러다 5회를 던지고 나니까 팔이 풀렸고 변화구 승부가 먹혀 들어가 기분이 좋아졌어요. 6회 들어 팔이 더 좋아진 것 같아 변화구 대신 직구 위주로 투구를 했는데 그냥 두들겨 맞더라구요.
이: 혹시 7차전에 등판하며 이게 한국에서 던지는 마지막 경기라는 생각, 해보셨나요?
창: 물론 했었죠.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길게 던지려고 했어요. 뒤에 배영수가 있으니까 영수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어주려면 제가 길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마지막일 수도 있는 등판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정말 아쉬웠어요.
이: 선동열 코치와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아요. 혹시 그런 소문들, 들어보셨나요?
창: 어떤 소문요? 선 코치님이 임창용을 버렸다는 그런 소문 말이에요? 하하. 코치가 어떻게 선수를 버릴 수 있어요. 같은 팀인데. 선 코치님이 (배)영수와 (권)오준이 등 주로 신인급 선수들을 챙기는 데서 그런 오해가 빚어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서 제가 코치라도 임창용 같은 선수는 별로 달갑지 않을 것 같아요.
이: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가 굉장히 솔직하시네요. 재밌어요.
창: 제가 좀 낙천적인 성격이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이 세계에서 도망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선 코치님을 처음 뵙던 게 해태 입단 후였어요. 딱 1년 동안 함께 생활했죠. 열아홉 살 된 투수에게 선 코치님의 존재는 말 그대로 ‘하늘’이었어요. 감히 얼굴도 제대로 못 쳐다봤거든요. 그러다 올 시즌 코치와 제자 사이로 다시 만난 거예요. 저한테는 여전히 어려운 분이지만 전 그분을 존경해요. 서운할 때도 있었죠. 너무 서운해서 분할 만큼요. 그러나 그분 위치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이젠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어요. 사실 저와 같은 선수는 그냥 놔둬도 ‘기본’은 하거든요.
이: 자신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요소보다는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는 거 아세요?
창: 하하 이거 정말 ‘생생하게’ 인터뷰하시네. 절 띄워주는 인터뷰가 아닌 것 같은데요? 대답은 ‘잘 알고 있다’입니다. 그러나 전 주어진 훈련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운동해요. 그런 다음엔 운동 안해요. 왜냐하면 공식적인 훈련 시간에 모든 걸 걸기 때문이죠.
이: 결혼은요, 다시 결혼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창: 당분간… 생각 없어요. 혼자 지내는 게 편하고 괜찮더라구요. 좀 더 놀다가 절실해질 때 하고 싶어요.
이: 상투적이지만 그래도 할 게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하시죠.
임: 정말 죄송해요. 제가 좋은 모습을 보였더라면 (한국시리즈가) 7차전에서 끝날 수도 있었을텐데 여기까지 오고 말았네요. 어딜 가든지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사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야구선수 임창용은 아직 죽지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