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1일 서울삼성과 울산모비스의 경기에서 알렉스 스케일(서울 삼성)은 시합중 복장불량(?)에 대한 심판의 지적에 애교 섞인 불만을 털어놨다. 원래 시합중 상의는 바지 안으로 넣게 되어있지만 이날 자신의 상의 유니폼이 유독 단정하지 못한 모습을 연출하게 된 건 순전히 상대 수비 선수 때문이라는 것. 상대 선수가 교묘하게 옷을 잡는 반칙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꾸 자신의 옷이 헝클어진다는 항변이었다.
이처럼 농구 코트에서는 선수들의 신체 접촉이 많고 워낙 빠르게 공수 전환이 이뤄지다 보니 잦은 반칙이 일어난다. 선수들이 말하는 가장 고전적인 반칙은 골 밑에서 자리선정을 위해 몸싸움 과정에서 벌어지는 꼬집기와 찌르기. 김영만(창원 LG)은 “농구대잔치 시절에만 해도 정도가 심한 경우가 곧잘 있었지만 프로가 시행되면서부터는 지저분한 반칙은 서로 자제하는 분위기”라면서 “그래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하긴 그렇고 가끔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달라진 변화를 소개했다.
지나가면서 얼굴에 침을 뱉는다거나 상대선수 발목을 밟는 경우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고 하지만 플레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반칙에 대해선 황당한 경우가 많다.
임정훈(서울 SK)은 “볼도 안 갖고 있는 상황에서 욕설이 들리거나 꼬집히게 되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훈(인천 전자랜드) 역시 “옷을 잡아당긴다거나 슬쩍 치고 지나갈 때만큼 남자의 손길이 끔찍할 때가 없는 것 같다”는 말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말하는 가장 ‘얄미운’ 반칙은 어떤 것일까. 대부분은 완벽한 득점이 보장되는 속공 기회에서 끊는 노골적인 반칙을 꼽았다.
▲ (왼쪽부터)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 ||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은 이 반칙은 가장 얄밉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이해가 되는 반칙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임재현(서울 SK)은 “속공도 그렇지만 팀파울에 걸려 자유투를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반칙은 인지상정으로 이해되기도 한다”는 말로 “오히려 바스켓 카운트라도 얻게 되면 오히려 상대 반칙이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는 말로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입장을 소개했다.
이 외에 얄미운 반칙으로는 공격자 반칙에 가까울 정도로 교묘하게 팔꿈치로 위협을 주는 경우와 슛을 던질 때 볼이 아니라 슈터의 눈을 가리는 반칙이 자주 거론된다.
신기성(원주 TG)은 “손가락도 긴 선수가 아예 작정하고 눈을 향해 찌를 듯 블로킹을 들어오면 눈을 깜빡거릴 수밖에 없다”며 수비전담 선수들 가운에 이런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전담하고 있는 선수를 놓치는 경우, 슛을 허용하기 전에 스크린 상황에서 반칙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건 오히려 요령 있는 반칙이라고 선수들은 입을 모았다. 수비하다가 미스 매치가 나 국내 선수가 용병을 맡게 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반칙에 대해서도 선수들은 수긍할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반칙’하면 떠오르는 선수는 뜻밖에도 반칙을 많이 할 것 같은 수비전담선수가 아니라 꽃미남 스타들이었다. 이상민(전주 KCC), 문경은(인천 전자랜드), 우지원(울산 모비스) 등이 그 주인공으로 이유는 ‘할리우드 액션’ 때문이라는 것. 팀을 이끌어 가는 위치에 있다 보니 상대 수비의 적극적인 견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지만 사실 이들이 볼을 뺏기거나 슛을 하는 동작에서 자그마한 신체접촉이라도 일어나는 경우 허공을 가르는 그들의 화려한 팔놀림을 보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A선수는 “심판들이 이런 제스처에 현혹되지 않지만 가끔 반칙이 아닌데도 휘슬을 부는 경우도 있다”면서 “농구를 잘하기 때문에 그런 요령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얄미운 것 또한 사실”이라며 이들의 플레이를 평가했다.
이와 함께 김승현(대구 오리온스)은 반칙을 가장 예쁘게(?) 하는 선수로 꼽혔다. 필요 없는 반칙이 아니라 상대팀으로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재치있는 반칙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