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회장 | ||
그동안 축구협회의 대표적인 ‘안티 세력’으로 꼽혔던 신문선 해설위원이 공개적으로 축구협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축구협회의 개혁을 위해선 어떤 ‘십자가’도 사양하지 않겠다는 신 위원은 얼마 전 축구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한 인사들로부터 협회의 한 고위 간부가 행사에 참석하지 말라고 했다며 분개했다. 갈비탕을 함께 먹으며 이런 시대착오적인 말을 흘렸다고 전하는 그는 한국축구의 위기라는 인식이 모아져 자비를 갹출해 연구소를 만드는 수고까지 아끼지 않았는데 협회가 아직도 듣는 자세가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만약 이런 자세로 계속 간다면 1인 시위를 할 수도 있다고 처음으로 털어놨다.
신 위원은 “연구소가 만들어지지 않을 경우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참여연대 등과 긴밀한 협의를 했다”고 토로했다. 또 축구협회는 지금 ‘동맥경화’에 걸려있는 상태로 12년간 정몽준 회장의 독재와 독선에 이제는 축구인들이 목소리를 내야할 때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예를 들어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는 자체 감사로 이뤄지는데 대의원 중 2명이 시늉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은 부분이 이럴진데 협회의 큰 부분의 운영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문선 SBS 해설위원이 최근 축구계를 향해 연일 쓴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 ||
신 위원은 연구소를 30년지기 친구인 이용수 KBS 해설위원과 함께 만들었다. 처음 신 위원은 연구소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왜냐면 얼마나 많은 축구인들이 위기상황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지 가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몇 년 전처럼 협회의 압박으로 흐지부지해져서 시작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섰다. 신 위원은 “연구소를 만들기까지 링거를 여러 번 맞았다”며 감정이 벅차오르는지 눈물을 떨구기까지 했다. 그는 “이제는 정말 한국축구를 위해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축구협회에 대한 쓴소리는 연구소뿐 아니라 지도자협의회도 내고 있다. 김호 차경복 박종환 감독 등이 주축인 협의회는 “축구인들을 더 이상 욕하지 말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신 위원은 “축구계 인사들의 민중운동이다. 벌써부터 축구인들의 민원이 봇물처럼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 축구협회는 한국축구를 위한 협회가 아니라 대표팀을 위한, 한 개인을 위한 협회였다는 설명이다. 한국축구의 위기는 대표팀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축구 근간이 위태롭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축구는 정치와 별개여야 하는데 현 축구협회는 정치적인 성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한편 신 위원의 이런 지적에 대해 축구협회의 한 고위 관계 자는 “솔직히 밖에서 투쟁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다”며 속내를 열었다. 연구소와 지도자협의회가 축구협회의 특정 고위간부 A씨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생겨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 회장도 항상 축구인의 화합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왜 협회가 마치 부패집단인 것처럼 몰아가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축구인들이 지목하는 A씨도 많은 업적이 있다며 편향적인 사고를 경계했다. 그는 “A씨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의 축구 인프라를 누가 만들었겠느냐”고 말했다. 또 “언제나 우리는 열려있는 조직이다. 그들이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고 거듭 부탁하기도 했다. 또 나아가 협회와 연구소, 협의회 인사들을 비롯해 관심이 있는 축구계 인사들이 모두 모여 ‘대토론회’를 할 것을 제안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