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무슨 얘기? 2005년 무려 28명의 한국선수가 풀시드를 확보한 미LPGA. 유난히 짝짓기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그 속에서도 자연스레 친분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2005년 미LPGA 코리언파워를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대표적인 대립구도를 제시한 것이다.
단 조건이 있다. 부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말라는 것이다. 사람관계가 다 그렇듯 복잡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스토리를 살펴보면 이렇다.
박세리가 통산 22승 등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상대가 다소 약할지라도 라이벌(혹은 2인자)은 항상 있는 법. 98년 미국으로 뛰어든 박세리의 첫 라이벌은 김미현이었다. 77년 뱀띠 동갑내기에 국내에서 라이벌이었고, 99년 김미현이 미국으로 날아들며 신선한 ‘땅콩돌풍’과 함께 신인상을 차지하자 경쟁관계를 형성했다.
특히 2000년 박세리가 1승도 못 올린 반면 김미현이 2승을 올리며 역전에 성공하자 이런 분위기는 더 강해졌다. 심지어 국내 몇몇 언론사도 친 박세리, 친 김미현으로 갈라질 정도였다. 이 구도는 박지은의 등장과 김미현의 하락으로 일단 무너졌는데 아직도 그 분위기의 잔재는 남아있다.
2002시즌 박지은이 ‘버디퀸’에 등극하며 박세리에 이어 2인자로 등장하면서 신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졌다. 원래 둘은 같은 박씨에다가 박지은은 박세리의 실력이 더 낫다는 점을, 박세리는 박지은의 경이적인 아마추어 업적을 인정하면서 사이가 좋았다. 하지만 박지은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레 경쟁의식이 생기게 됐다.
2003년 박세리에 이은 박지은이 ‘넘버2’로 자리매김하면서 ‘양박시대’를 연출했고, 특히 2004년 박지은이 박세리를 제치고 세계 2위이자 한국선수 최고의 성적을 거두자 한층 관계가 미묘해졌다.
그런데 여기에 불을 댕긴 것이 바로 안시현이었다. 2003년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서 깜짝 우승을 달성하며 ‘골프 신데렐라’로 떠오른 안시현. 2004년 미LPGA 신인상까지 차지하며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2004 투어생활을 하며 확실하게 박지은쪽과 친해졌다. 선수뿐 아니라 부모들까지 격의 없이 지낼 정도가 됐다.
가뜩이나 1인자 자리를 박지은에게 내줘 심사가 불편하던 박세리측에서는 안시현의 그런 행동들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적의 적은 동지인 법. 김주미와 안시현은 한때 같은 집에서 생활하며 골프를 배웠을 정도로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사이. 안시현이 나인브릿지 신데렐라로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주미가 늘 한 발 앞섰다. 자신보다 못했던 친구가 하루아침에 인생 역전, 그것도 비교가 안될 만큼 뒤집어 버리니 두 사람의 관계가 서먹해질 수밖에 없었다.
김주미는 당연히 박세리와 가까워졌다. 2004나인브릿지클래식을 앞두고 연습라운딩이 며칠 계속됐는데 김주미는 주로 박세리와 함께 코스를 돈 반면 안시현은 ‘미녀 3총사’ 멤버인 강수연 박지은 등과 함께했다. 김주미가 지난 12월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미LPGA 풀시드를 확보하면서 이들의 ‘복식 게임’은 2005년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됐다. 양 진영의 우승횟수(혹은 상금)는 어느 쪽이 많을까. 내기를 해도 재미있을 법하다.
스포츠투데이 골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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