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축구협 회장 | ||
오는 1월18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정 회장의 4선 연임은 축구협회 산하 각 시·도 축구협회장 등이 대의원 자격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측은 그동안 축구를 통해 적지 않은 지지를 받아왔고, 최근 국민들이 축구인들의 ‘반 MJ’ 행보를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협회장 연임을 자신하는 분위기. 그 분위기를 2007년 대선 출마로까지 이어가려는 태세다.
그러나 정 회장이 한편으로 대외적인 이미지를 가장 중요시하는 대중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정 회장에 대한 축구인들의 거센 비난과 반발은 정 회장 본인에게 큰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정 회장은 2002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과의 공조파기로 인해 정치적으로 ‘코너’에 몰렸다. 이후 정치 무대에서 한 발짝 물러났던 정 회장이 2년여를 기다린 뒤 기지개를 켜려는 2005년 새해를 즈음해 터져 나온 축구인들의 ‘반 MJ’ 목소리가 정 회장의 정치적 입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정 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2007년 대선에 나서기 위한 사전 작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협회의 전직 임원은 “정 회장이 정치적인 활동을 연말부터 재개한다고 들었다”며 정 회장의 대선 도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러나 이 임원은 “정 회장이 눈에 띄는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 회장이 정치 재기를 위해 조직한 모임은 2년 전 대선 당시 말도 많았던 ‘가회동 캠프’처럼 정비된 조직이 아니라 정 회장의 대선 출마와 승리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브레인들의 모임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함께 몸담았던 축구협회와 현대중공업 인사들은 배제한 채 보좌진들을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 회장 주위에 선거일을 전문적으로 맡을 사람들이 전무해 지난 2002대선 정도의 인적 네트워크 구성은 힘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 인사는 “지난해 12월9일 타계한 정 회장의 장인 김동조 전 외무부 장관의 장례식장에 2002대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거의 다녀갔다”면서 “하지만 그들이 대부분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며, 대부분 대선 당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어 다시 선거운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실제 ‘국민통합21’대변인이었던 김행씨는 개인 사업에 몰두하는 중이고, 대선 당시 정 회장 진영에 섰던 전여옥씨 역시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며 “현재로서는 정 회장에 대한 충성심과 감각을 지닌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그는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올해와 내년을 기해 한국 축구의 붐이 다시 부느냐의 여부가 대선 출마를 가늠 짓는 중요한 열쇠로 꼽았다.
이 인사는 “2006독일월드컵의 결과에 따라 정 회장의 대선 출마 여부가 확실히 결정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정 회장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한국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진출과 축구인들 사이에 잡음이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런 의미에서 국가대표팀의 성적과 축구협회의 대외적인 이미지는 곧 정 회장을 잘 모르는 국민들에게는 판단 기준이 된다. 따라서 이름 있는 축구인들의 정 회장 퇴진 요구는 국민들이 바라볼 때는 마이너스 이미지로 다가올 것이 뻔하다.
축구협회는 이들에 대해 묵묵부답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 회장이 반응을 보여 얻을 게 하나도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도자협의회와 축구연구소 관계자들이 표면적으로 내세우지 못하지만 정 회장에 대한 요구사항은 ‘축구협회 수뇌부의 A’에 대한 경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절대 A를 버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진 연예인에 대해서도 많은 이들이 “멀리 하는 게 좋을 듯”하다고 조언해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편하고 털털한 사람”이라며 감싼다. 함께 사우나도 갈 정도로 두 사람 사이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가깝다. 정 회장은 한번 믿으면 끝까지 가는 스타일이어서 사람을 쉽게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으로 A에 대한 경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축구협회를 비롯해 정 회장의 이미지를 생각하는 주위인사들이라면 일반 국민들로부터 멀어지는 ‘정치인 정몽준’을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대중정치인으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줄 측근의 직언이 필요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축구협회의 세밀한 일까지 인터넷 포털뉴스 등을 통해 빠르게 알려지고 있다. 대중의 인기를 통해 정권창출을 원한다면 이미지가 새고 있는 부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변현명 스포츠투데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