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하 단장(삼성 라이온스) | ||
프로야구
지난 1월12일 김재하(삼성라이온즈) 단장은 ‘상무이사’에서 ‘전무이사’로 전격 승진하며 다른 구단 단장들과 비교할 때 가장 승진이 빠른(?) 행보를 이어갔다. 이로써 8개 프로야구단 가운데 계열사 직책으로 ‘상무이사’ 타이틀을 가진 단장은 정재호(현대 유니콘스), 송규수(한화 이글스), 유성민(LG 트윈스), 김승영(두산 베어스) 단장 등 4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가장 많은 숫자다. 이 외에 최종준(SK 와이번스), 정재공(기아 타이거즈) 단장은 개별적인 직책을 갖지 않고 있으며 이상구(롯데 자이언츠) 단장은 부장급이다.
가장 장수하고 있는 단장은 지난 99년부터 구단을 맡고 있는 김재하 단장이다. 김 단장은 제일모직에 입사 후 삼성라이온즈 창단 멤버로 활약하면서 프런트와 인연을 맺었다. 김 단장의 경우는 낙하산 인사가 아닌 말단사원에서부터 고위직 임원까지 오른 유일한 단장으로 기록되고 있을 정도.
대부분은 그룹 계열사에서 스포츠에 관심 있는 임원급이 단장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김승영 단장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김 단장은 지난해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경영관리팀 부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다 시즌 후반 단장으로 보직이 변경된 내부인사 케이스이기 때문.
스카우트 경쟁이 일어난다면 ‘영순위’로 꼽히는 단장은 최종준 단장이다. LG트윈스 창단멤버로 LG그룹 야구, 축구, 씨름 등에서 단장 경험을 고루 갖춘 그는 ‘스포츠 경영전문가’라고 불릴 정도로 구단 운영에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유능한 단장을 위해 영입 전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 다만 SK에서는 야구단 창단 당시 최 단장의 영입을 위해 거액의 몸값을 제시한 적이 있다는 후문이다.
▲ 정태호 단장(대구 오리온스) | ||
프로농구단에서는 이제 1년차가 되는 신임 단장에서부터 7년이 되는 베테랑 단장까지 그 폭이 다양한데 평균 2~3년차 단장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농구단에서는 5년차에 접어드는 정태호(대구 오리온스) 단장이 부사장으로 가장 높은 직급을 보유하고 있다.
프로농구에서도 프로야구와 비슷한 레벨의 단장들이 선임돼 있다. ‘상무이사’급이 가장 많은 가운데 ‘전무이사’들도 제법 눈에 띈다. 김형준(서울 삼성), 이용호(창원 LG), 이중길(전주 KCC), 강종학(부산 KTF), 최형길(원주 TG) 단장 등이 계열사 상무 직함을 달고 있으며 장원준(울산 모비스), 정태수(서울 SK), 박성윤(인천 전자랜드) 단장 등이 계열사 전무직을 수행하고 있다.
단장들의 이력도 이색적이다. 김형준 단장은 계열사인 삼성인재개발연구소 부장과 글로벌마케팅연구소장,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경영지원팀 상무 등을 거쳐 프로농구 원년멤버로 농구단에 합류했고 이용호 단장은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해 재경부장과 재경부장 상무보를 거쳐 안양연구소 지원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또한 강종학 단장은 농구단과 함께 프로게임팀인 KTF 매직엔스 단장도 겸하며 투잡스(?) 역할을 해내고 있다.
▲ 안기헌 단장(수원 삼성) | ||
프로축구단은 야구나 농구와는 달리 모기업 소속, 스포츠단 법인, 독립 법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뉘어 구단마다 조금씩 운영방식을 달리하고 있다. 수원삼성, 전북현대, 부천SK, 울산현대 등 4개 팀은 모기업에 속해 있으며 서울FC와 성남일화는 스포츠단 법인으로 그리고 나머지 팀들은 모두 독립법인으로 팀을 꾸려가고 있다.
수원 삼성은 삼성전자, 전북 현대는 현대자동차, 부천 SK는 SK(주), 울산 현대는 현대중공업이 모기업으로 각 단장들의 소속 역시 계열사 소속 명함을 하나씩 더 갖고 있다. 최근 승진한 안기헌(수원 삼성) 단장은 상무보로 한 단계 올랐고 이철근(전북 현대) 단장은 3년간 부단장직을 졸업(?)했다. 직함은 이사 그대로다. 7년째 장수길에 오른 강성길(부천 SK) 단장은 홍보보좌임원으로 상무직을, 권오갑(울산 현대) 단장은 현대중공업 전무이사직을 겸하고 있다.
프로축구단장 중에는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박규남(성남 일화) 단장은 16년째 사장 겸 단장을 고수하고 있고 정몽규(부산 아이콘스) 사장도 8개월 전부터 단장직을 겸하기 시작했다.
시민구단으로 불리는 대전시티즌, 대구FC, 인천FC의 경우에는 구단주가 단장을 임명하는 형식이 아니라 주주총회에서 단장을 뽑는 모습이 이채롭다. 김광식(대전 시티즌) 단장은 구단주 역할까지 하고 있지만 이대섭(대구FC), 안종복(인천FC) 단장은 모두 주총의 결의를 거쳐 임명됐다. 물론 시민들이 다수 참여한 대구FC와 인천FC와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한 번 선임으로 3년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동일해 보인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