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채근 기아 코치 | ||
지난해 개봉한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프로야구 올드팬들에게 비록 스크린 속이었지만 지금은 접할 수 없는 추억 속 스타들을 떠올릴 수 있는 진한 추억의 향수를 제공했다. 더불어 이 영화는 프로야구 창설 원년인 1982년에 태어나 득점이 들쭉날쭉하다고 해서 ‘도깨비팀’으로까지 불리며 역대 최저인 0.188의 승률 기록을 가지고 있는 ‘삼미 슈퍼스타즈’와 그 선수들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천5백 경기 출장기록을 세운 허운 심판은 <슈퍼스타 감사용>에서 실수 많이 하는 전형적인 ‘알까기’ 선수로 등장하는 실존인물이다. 지금은 미식축구선수를 연상시키는 듬직한 풍채와 우렁찬 목소리로 베테랑 심판의 묵직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어 ‘알까기’와는 쉽게 일치가 안 되는 게 사실.
이 점에 대해 허운 심판은 “당시 팀 전체 실력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포지션이 유격수다 보니 실수할 확률도 높았다”면서 “영화 분위기를 살리려 한 건 이해되지만 그 정도로 수비를 못한 건 아니었다”며 영화에서 자신의 이미지가 좀 더 멋있게 묘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결국 부상으로 87년 공채1기 심판으로 전업했지만 계속 선수 생활을 했다면 중장거리포를 겸한 타자는 되었을 것 같다는 게 허운 심판의 설명.
양승관 SK 코치와 금광옥 현대 코치 역시 삼미 멤버였다. 이렇다 할 방망이가 없는 팀타선에서 둘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는데 이들이 지킨 클린업 트리오가 있었기에 그나마 팀 승률 1할을 넘길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김경기 SK 코치 | ||
양 코치와 함께 상대 투수에게 위협적이었던 금광옥 현대 코치는 “당시 포수는 공격을 지양하는 스타일이었다. (내가) 투수 리드에서 조금만 앞서 나갔다면 아마 삼미라는 팀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살과의 전쟁’으로 힘든 선수 생활을 보내야만 했던 코치도 있다. 선수 시절부터 한 덩치했던 ‘노지심’ 장채근 기아 코치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월15일 전지 훈련지인 미국 하와이로 출국한 장 코치가 지금 가장 강조하는 것은 강한 정신력과 군살 없는 탄탄한 체력이다.
장 코치는 “어느 순간 대책 없이 살찌는 걸 느꼈는데 근육운동을 좀 더 충실히 했더라면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며 살 때문에 선수 수명이 단축된 것을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그래서일까, 현재 기아 훈련지는 뛰고 또 뛰는 육상 경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라고 한다.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부자간의 대결(?)을 잊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김경기 SK 코치가 프로에 입단한 첫 해인 1990년은 또 다른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었다. 아버지 김진영 감독이 롯데의 사령탑에 오른 것이었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이 떠올린 에피소드 한 토막을 들어보자. 태평양(현 SK)과 롯데의 시합에서 태평양의 득점 기회에 김경기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때 카메라는 김경기와 김진영 감독을 번갈아 비췄는데 중계하던 아나운서가 “김진영 감독이 지금 김경기 선수가 안타를 치길 바랄까요? 아님 못 치길 바랄까요?”라며 하 위원에게 물었던 것. 하 위원은 ”예, 아무리 그래도 아들이 안타 치길 속으로는 바라겠죠”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는 것. 결과는 아웃이었다.
▲ <슈퍼스타 감사용> 스틸(왼쪽)과 심판으로 변신한 허운씨. | ||
한편, ‘몸에 맞는 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아마도 공필성 롯데 코치가 아닐까. 하지만 공 코치는 기대(?)와는 달리 역대 사구(死球) 통산 순위에서는 6위(94개)에 올라있다. 안타를 치고 나가든 몸에 맞고 나가든 일단 1루에 나가면 된다는 자세로 몸쪽 강속구에 꿈쩍하지 않았던 공 코치는 “개인으로나 팀을 위해 이가 아니면 잇몸이라는 식으로 덤벼들었지만 사실 빠른 공에 맞으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면서 몸으로 때우는 것도 쉽지 않았다며 웃었다.
반면 송구홍 LG 코치의 경우는 선수 시절 수비 불안이 아킬레스건이었다. 서글서글한 웃음이 인상적이었던 송 코치는 부상과 함께 시합에 빠지는 날이 많아지면서 수비에도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코치는 “95년 롯데와의 플레이오프는 내 야구인생에서 가장 아픈 기억 중의 하나다. 내 실책이 빌미가 되어 동점을 허용하고 9회말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아 졌다”면서 완벽한 수비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