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상수 | ||
선수들의 연봉은 겨울(12월과 1월)에는 공식적으로 지급되지 않아 실제로는 10개월에 걸쳐 연봉을 나눠 받게 된다. 연봉 또한 1년 단위로 협상하다 보니 매년 달라지는 금액에 따라 이들이 재테크하는 방식에도 조금씩 변화가 있다. 상가 구입, 아파트 분양, 보험/적금/펀드와 같은 금융 상품으로 놀라운 재테크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로부터 알짜배기 노하우를 엿들어 봤다.
아파트는 돈이다-강상수
37평형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강상수는 아파트와 같은 주택 분양을 적극 활용해 이미 내집 장만의 꿈을 이뤘고 은행의 중도금 대출까지 일찌감치 상환한 상태다. 올해로 결혼생활 8년째. 강상수가 말하는 재테크의 시작은 결혼과 동시에 한 달에 1번씩 불입하는 주택적금이었다. 청약통장을 통해 아파트 분양 1순위 자격을 얻기 위해서였다.
강상수는 “3년이 지나니깐 1순위 자격을 얻었는데 운 좋게도 그 때 신청한 아파트 분양권을 바로 따냈다”면서 “아내와 함께 아파트 분양 사무소에도 자주 드나들었다”며 나름대로 발품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강상수는 이때 분양 받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고 분양권 프리미엄을 챙겨 일단 다시 투자할 수 있는 목돈을 만들었다. 강상수는 “하지만 한 번 당첨되면, 다시 청약통장에 가입해도 5년 동안 1순위 청약기회가 박탈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청약전략이 요구되었다”면서 ‘한 지붕 두 청약통장 1순위 만들기’ 노하우를 공개했다.
강상수는 바뀐 청약제도와 시장 환경에 맞춰 청약통장 금액전환이나 바꿔타기 등 능동적으로 대처해야만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매달 납부하는 형식이 아닌 한번에 일정한 액수 이상을 넣어두면 일정 기간 이후 1순위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주택부금을 추천했다. 이 때 주의할 점에 대해 그는 “1순위 자격이 끝날 즈음, 상대(남편 또는 아내) 이름으로 1순위를 다시 확보할 수 있는 연도를 미리 계산하는 등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야 한다”면서 “주택부금으로 옮기게 되면 40평형 이상 아파트 분양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에 재테크 효과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강상수가 추천하는 또 하나의 재테크 분야는 보험이다. 연금보험, 생명보험, 증권겸 보험 등 상당한 숫자의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그는 보험 관련 지식은 보험 설계사의 말문을 막을 정도로 해박한 편이라고. 강상수는 “적금성이나 보장성이나 일단 보험에 들어가는 돈은 결국 시기가 지나면 없어지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납입한다”면서 불확실한 시대에 보험만큼 든든한 투자도 없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덧붙여서 그는 “목돈이 생기면 매달 납입하는 10년 만기의 장기적 상품인 증권겸 보험에 가입해 놓으면 부수적인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송지만 | ||
최근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송지만은 상가,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보다는 지금까지 꾸준히 납입하고 있는 적금으로 ‘짭짤한’ 목돈을 만지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서 전문 컨설턴트의 도움으로 펀드에도 손을 뻗쳤다.
송지만이 설명하는 적금의 매력은 야구 선수들의 연봉 협상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송지만은 “매년 연봉협상을 하다 보니 연봉 또한 1년 단위로 변하게 되는데 적금 또한 여기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게 된다”면서 “시작되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시간차를 두고 적금을 찾을 수 있어 목돈 만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설명했다.
송지만은 적금을 넣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분산 투자’라고 강조했다. 한 곳의 은행에서 나오는 적금 상품은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익률과 안전성을 고려해 여러 은행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초반에는 먼저 1년짜리 단기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적금을 여러 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무래도 신협이나 새마을금고 등이 은행보다는 수익률이 좋기 때문에 그 쪽으로 절반 정도 투자하고 나머지는 안정된 은행권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선수들의 연봉은 12월과 1월인 겨울 동안에는 지급되지 않아 이 때 자금을 물 흐르듯 운용할 수 있는 계획을 미리 세워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부동산과 같은 목돈이 들어가는 곳에 재투자하기 위해서는 일단 적금으로 종자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송지만의 경우는 연봉의 40~60% 정도를 꾸준하게 적금에 할당했다. 현재 적금통장은 4개 이상 되고 적금을 넣을 때에는 단기와 중장기 계획도 함께 세우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지름길이라고 한다.
그는 “현재 납입하고 있는 적금은 5:5 비율로 1년짜리 단기상품과 5년 정도 되는 중장기 상품으로 구분하고 있다”면서 “매년 적금을 타게 되면 목돈으로 재투자할 곳을 찾는다. 중장기 적금으로 다시 재테크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에는 펀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털어 놓았다.
현재 송지만이 재테크로 선택한 적립식 펀드는 일반 적금과 같이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는 금액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을 매입해 나감으로써 가격이 높을 때는 적게 사고 가격이 낮을 때는 많이 사게 돼 평균적으로 투자대상 자산을 싼값에 살 수 있게 되는 특징적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적립식 펀드는 장기적인 투자전략을 갖고 임할 경우 일반적금보다는 안전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진다”면서 “최소 3년 이상 투자기간을 설정하고 장기적 적립계획을 갖고 임하는 것이 투자성과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 장종훈 | ||
상당수의 선수들이 관심을 갖고 있거나 이미 선택한 재테크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상가를 매입하는 것이다. 특히 은행권 이율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선수들은 상가와 같은 부동산 매매를 특히 선호한다. 장종훈도 3~4년 전부터 상가쪽에 투자를 해서 재테크를 해오고 있다. 장종훈은 “같은 건물에 있는 상가라 하더라도 위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다”면서 “상가에 투자하려면 1억~2억원 정도의 밑천으로 시작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부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상가를 고를 때에는 무엇보다 입지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하는데 물론 초보자들 입장에선 이런 부분들이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장종훈이 말하는 상가 선택 요령은 크게 주변 여건과 유동 인구로 요약된다. 그는 “주변에 상권이나 주택단지가 어떻게 형성되어 있으며 상가 주변을 오가는 유동 인구에 대한 대차대조표가 빨리 나와야 투자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투자하고자 하는 상가 건물에 영화관이나 병원 등 편의시설이 어떻게 갖춰져 있는지의 여부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 상가는 투자하고 나면 이후에는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는 것이 재테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장종훈은 “선수들 대부분이 재테크는 아내와 함께 의논해 결정하는데 상가는 한번 투자하고 나면 전세나 월세 등의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상가에서 한번 재미를 보면 다른 재테크에는 관심이 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가를 매입했다고 해서 선수가 직접 그 매장을 운영하는 게 아니라 단지 실소유주로서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종훈은 “상가 투자비는 적금을 통해서 마련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며 “상가 한두 개가 아니라 조그마한 빌딩이라도 한 채 구입해서 운용하는 것이 상가에 투자하는 선수들의 공통적인 욕심인 것 같다”며 재테크로서 부동산의 매력을 언급했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