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보배 | ||
먼저 송보배의 성격. 예쁘장한 용모와는 달리 성격은 당찬 것으로 유명하다. 그를 잘 아는 몇몇 기자들이 “(송)보배는 너무 애늙은이 같다”고 말할 정도다. 빼어난 골프실력뿐 아니라 말솜씨도 좋고, 속도 깊다. 인터뷰 때도 어떤 질문이든 적절히 유머를 섞어가며 막힘없이 대답한다.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다. 샷의 파워나 비거리가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정확도가 좋고, 특히 그린 주변에서의 쇼트게임이 발군이다. 정신력, 특히 샷 하나 하나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하다. 경기 중에는 송보배의 눈에 볼과 그린 그리고 홀 이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샷을 할 때의 느낌에 대해 스스로 “세상에 혼자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한 적도 있다.
이번 삼성 레이디스 마스터스 마지막 날도 송보배의 엄청난 정신력을 잘 보여준다. 2위와 무려 5타차 앞선 선두로 최종 3라운드를 맞아 우승은 떼어논 당상이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샷이 흔들렸다. 아니카 소렌스탐의 친동생 샬롯타가 야금야금 따라온 반면 송보배는 보기를 쏟아내며 17번홀에서 동타가 됐다. 골프는 멘탈 스포츠다. 이쯤 되면 ‘승부는 끝났다. 무조건 역전’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현장에 있던 송보배의 아버지 송용현씨(50)조차 ‘우승을 놓쳤다’고 비관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송보배는 18번홀에서 과감한 드라이브샷에 이어 정교한 아이언샷으로 볼을 핀 1m에 붙여 끝내기 버디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보배라는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제주도에서 큰 규모로 감귤농사를 짓던 송씨는 술을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아들이 생기자 국내 맥주브랜드 중 하나인 ‘오비’라는 이름을 달아줬고, 이어 딸이 태어나자 당시 소주 브랜드였던 ‘보배’를 과감히 이름으로 택했다. 오비와 보배 모두 골프를 했는데 오빠가 중도에 포기한 반면 보배는 한국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재미있는 것은 ‘오비’는 골프에서 ‘아웃 오브 바운스(out of bounds)’를 뜻하는 좋지 않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 이런 탓인지 송보배의 오빠 오비씨는 혹시라도 부정이 탈까봐 동생이 중요한 경기를 치를 때는 골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스포츠투데이 골프팀장